마음의 오지
이문재
탱탱한 종소리 따라나가던
여린 종소리 되돌아와
종 아래 항아리로 들어간다
저 옅은 고임이 있어
다음날 종소리 눈뜨리라
종 밑에 묻힌 저 독이 큰 종
종소리 그래서 그윽할 터
그림자 길어져 지구 너머로 떨어지다가
일순 어둠이 된다
초승달 아래 나 호낮 남아
내 안을 들여다 보는데
마음 밖으로 나간 마음들
돌아오지 않는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였던 마음들
아침은 멀리 있고
나는 내가 그립다
누구나 한 자락쯤 원래 나에게 비켜난
가락이 있다.
그런 자리가 있다.
마음자리 잡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날
나를 찾지 못하고
멀리 나간 마음 마중 하는 날,
아직 비워내지 못한 마음을
뒤늦게 떨어내고서야
들일 수 있다.
내 안의 오지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가까이 있다
깨달음의 순간
어디서 뎅그렁 푸른 종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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