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대꾸
신기섭
빈 방, 탄불 꺼진 오스스 추운방.
나는 여태 안산으로 돌아갈 생각도 않고
며칠 전 당신이 눈을 감은 아랫목에
질 나쁜 산소호흡기처럼 엎드려 있어요
내내 함께 있어준 후배는 아침에 서울로 갔어요
당신이 없으니 이제 천장에 닿을 듯한 그 따뜻한
밥구경도 다 했다. 아쉬워하며 떠난 후배
보내고 오는 길에 주먹질 같은 눈을 맞았어요
불현듯 오래 전 당신이 하신 말씀: 기습아,
이제 내 없이도 너 혼자서 산다. 그 말씀,
생각이 나, 그때는 내가 할 수 없었던,
너무도 뒤늦게 새삼스레 이제야
큰소리로 해보는 대꾸: 그럼요,
할머니, 나 혼자서도 살 수 있어요,
살 수 있는데, 저 문틈 사이로 숭숭 들어오는
눈치없는
눈발
몇
몇,
-밥을 지어먹고 앉았다가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옥상에 흰눈이 쌓이고 있다. 눈이 많이 온다는데
새벽에 출장, 영천행- 무언지 모를 불길한 기분...... 옥상에 쌓이는 눈은 나아니면 밟아줄 사람이
없는데, 그런 장소를 가지고 있는 내 생활이 좋다. 다녀와 발자국 몇개를 꼭 남기리라 옥상에
눈이 많이 쌓이고 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그의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는지. 그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예감했는지
다시 돌아와 발자국 몇을 만들지 못했다.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나무도마가 당선 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신춘문예 당선 고지가 나가고 담당자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고 했다. 상금을 당겨서 지급 받을 수 없겠느냐고... 이사를 해야하는데 ...전세금이 없다고... 그러나 그는 상금을 당겨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옥탑방에서 하늘 가까이 살았고. 이 시에서 떠나 보낸 할머니처럼 하늘길로 갔다. 혼자여서 너무 외로웠던 그가 안스러워보였는지.. 하늘사람들은 그를 너무나 빨리 데려갔다.
스물 여섯.... 죽기는 너무 이른 나이에...
죽음은 늘 나를 우울하게 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나버린 사람들은 죽음은 오래 나를 힘들게 한다. 그와 내가 얼굴 한번 마주친 적이 없었음에도 그의 내면을 다 읽어버린 듯한 착각에...
그의 유고시집 분홍색 흐느낌을 읽는 내내 난 함 우울했다. 내가 가 닿을 수 있는 가장 밑바닥까지....이제 그가 더 이상 외롭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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