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절하고 싶었다-황동규

shiwoo jang 2006. 3. 20. 21:54

절하고 싶었다

 

                        황동규

 

 

십오 년 전인가 꿈이 채 어슬어슬해지기 전

바다에서 업혀온 돌

속에 숨어 산 두사람의 긴 긴 껴안음

얼마 전 거실에서 컴퓨터 책상으로 옮길 때 비로소

들킨

마주 댄 살들이 서로 엉겨 붙은

껴안음보다 더 화끈한 껴안음.

그만 절하고 싶었다

색연필 찾아들고 그 모습 뜨려다

그 화끈함 어떻게 되돌려 주지. 생각해본다

그게 완도 어느 바다였지?

돌 속 바탕 알아보고 업어가라 속삭인 그 물결

지금은 어느 바다에서 철썩이고 있는지

바다 가득 넘실대던 는개 환한 실배로 바뀔 때

혹 격렬비도쯤에 흘러와

남몰래 오체투지를?

 

 

 

 

-완도 어느 바다쯤에서 물결 몰래 업어온 돌에서

홀연히 드러난 그 어떤 형상으로

괜한 사랑의 파괴꾼 쯤으로 전락한 듯

그 물결 바다의 어진사랑을 읽는 것일까? 

한번쯤  십년 쯤 들키지 않을 뜨거운 사랑도 좋으리...

그러나...

그 사랑 앞에 나도 덩달아 절하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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