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고 싶었다
황동규
십오 년 전인가 꿈이 채 어슬어슬해지기 전
바다에서 업혀온 돌
속에 숨어 산 두사람의 긴 긴 껴안음
얼마 전 거실에서 컴퓨터 책상으로 옮길 때 비로소
들킨
마주 댄 살들이 서로 엉겨 붙은
껴안음보다 더 화끈한 껴안음.
그만 절하고 싶었다
색연필 찾아들고 그 모습 뜨려다
그 화끈함 어떻게 되돌려 주지. 생각해본다
그게 완도 어느 바다였지?
돌 속 바탕 알아보고 업어가라 속삭인 그 물결
지금은 어느 바다에서 철썩이고 있는지
바다 가득 넘실대던 는개 환한 실배로 바뀔 때
혹 격렬비도쯤에 흘러와
남몰래 오체투지를?
-완도 어느 바다쯤에서 물결 몰래 업어온 돌에서
홀연히 드러난 그 어떤 형상으로
괜한 사랑의 파괴꾼 쯤으로 전락한 듯
그 물결 바다의 어진사랑을 읽는 것일까?
한번쯤 십년 쯤 들키지 않을 뜨거운 사랑도 좋으리...
그러나...
그 사랑 앞에 나도 덩달아 절하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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