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수은등 아래 벚꽃- 황지우

shiwoo jang 2006. 3. 12. 15:19

수은등 아래 벚꽃

 

 

                        황지우

 

 

사직공원 비탈길,

벚꽃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때 그 아래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 처럼

그 똥덩어리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둘

그때 이미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 본다

 

 

 

- 곧,

 가로등 아래 밤 벚꽃이 분분하게 질 때

 나는 이 시를 떠올리며 그 밤벚꽃 길을 걷게 되리라

 나는 가끔 이 멋진 스타일리스트를 질투한다

 치, 혼자 다가지고,...

 난 발치도 못따라간다는 이 열등감,

 이쯤이면 나도 견디기위해 도취하기 위해 아파야 하지 않을까?

 눈부신 수은등 밤벚꽃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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