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등 아래 벚꽃
황지우
사직공원 비탈길,
벚꽃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때 그 아래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 처럼
그 똥덩어리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둘
그때 이미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 본다
- 곧,
가로등 아래 밤 벚꽃이 분분하게 질 때
나는 이 시를 떠올리며 그 밤벚꽃 길을 걷게 되리라
나는 가끔 이 멋진 스타일리스트를 질투한다
치, 혼자 다가지고,...
난 발치도 못따라간다는 이 열등감,
이쯤이면 나도 견디기위해 도취하기 위해 아파야 하지 않을까?
눈부신 수은등 밤벚꽃 아래서...
'poem > 時雨의 시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하고 싶었다-황동규 (0) | 2006.03.20 |
---|---|
기차는 간다- 허수경 (0) | 2006.03.13 |
흰밤- 백석 (0) | 2006.03.11 |
탁족- 황동규 (0) | 2006.03.10 |
선운사- 박세현 (0) | 2006.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