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밤의 거리에서 혼자_ 김이듬

shiwoo jang 2020. 11. 6. 08:37

밤의 거리에서 혼자

 

                             김이듬

 

  밤을 향해 가고 있었다 길고 좁고 어두운 길에 사람이

엉켜 있었다 포옹인지 클린치인지 알 수 없었다 둘러 갈

길 없었다 나는 이어폰 빼고 발소리를 죽였다 발꿈치를 벼

에 대고 한 사람이 울기 시작했다 야 너무하잖아 지나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자 누구 말이 맞는지 가려보자며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멋칫 둘러보니 행인이라곤 나밖에 없었다

난 긴장하며 고개 숙여 기다렸다 이 순간 내가 저들의 생

에 중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나 보다 원투 스트레이트 촌각

의 글러브가 심장을 쳤다 가로등 밑에서 편지를 읽던 밤이

떠올랐다 달을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렇게 씌어 있

던 우린 이어지지 않았다 그 젊은 연인들은 나한테 접근하

다가 둘의 그림자만 거죽처럼 흘리고 갔다 얘들아 나도 불

가피하게 사람인데 너무한 거 아니니 그들이 사라져 간 골

목 끝에서 나는 신보다 고독했다

 

 

_ 그들이 물어보고자 했던 사람은 누구이고 불가피하게 사람인 나는

심호흡하고 그들이 물어오길 기다렸으나 그림자만 흘리고 스쳐 가버렸다.

신보다 고독할 수밖에... 내가 사람인건 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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