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거리에서 혼자
김이듬
밤을 향해 가고 있었다 길고 좁고 어두운 길에 사람이
엉켜 있었다 포옹인지 클린치인지 알 수 없었다 둘러 갈
길 없었다 나는 이어폰 빼고 발소리를 죽였다 발꿈치를 벼
에 대고 한 사람이 울기 시작했다 야 너무하잖아 지나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자 누구 말이 맞는지 가려보자며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멋칫 둘러보니 행인이라곤 나밖에 없었다
난 긴장하며 고개 숙여 기다렸다 이 순간 내가 저들의 생
에 중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나 보다 원투 스트레이트 촌각
의 글러브가 심장을 쳤다 가로등 밑에서 편지를 읽던 밤이
떠올랐다 달을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렇게 씌어 있
던 우린 이어지지 않았다 그 젊은 연인들은 나한테 접근하
다가 둘의 그림자만 거죽처럼 흘리고 갔다 얘들아 나도 불
가피하게 사람인데 너무한 거 아니니 그들이 사라져 간 골
목 끝에서 나는 신보다 고독했다
_ 그들이 물어보고자 했던 사람은 누구이고 불가피하게 사람인 나는
심호흡하고 그들이 물어오길 기다렸으나 그림자만 흘리고 스쳐 가버렸다.
신보다 고독할 수밖에... 내가 사람인건 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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