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난 뒤의 팬티
오규원
가벼운 교통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쟁이가 되었습니다.
시속 80킬로만 가까워져도 앞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
를 갈아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리 눈동자를 굴립
니다.
산 자(者)도 아닌 죽은 자(者)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
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게 뭐가 중
요하다고 신경이 쓰이는지 정말 우습기만 합니다. 세상이 우스운
일로 가득하니 그것이라고 아니 우스울 이유가 없기는 하지만.
- 창작실 작가들이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속옷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시가 떠올랐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 해본 적 있을 것 같은데...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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