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등이 열린 사람- 안주철

shiwoo jang 2021. 4. 22. 10:38

등이 열린 사람

 

 

                              안주철

 

 

어느 밤이었다

 

경사가 쌓인 인도를 올라가는

사람의 등을 보고 있었다

 

어느 밤이었다

 

능이 열린 사람을 보고 말았다

 

이 세상의 구멍이 거기에 있었고

나는 눈을 돌리지 못했다

 

그 등으로

어둠이 들어가고 있었다

 

셀 수 없었지만

어둠이 그 등을 가득 채우자

등에서 더 짙은 어둠이

쏟아지고 있었다

 

등이 열린 사람을 보았다

 

등이 열린 사람이 비탈진 길을

오르고 있었다

 

 

_ 어떤 슬픔이 있어 그는 등을 열고 있을까

그는 그의 구멍을 드러낸 채 비탈진 길을 오르고

어둠을 쌓아가고 있을까

먹먹한 슬픔 몇을 마구 삼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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