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열린 사람
안주철
어느 밤이었다
경사가 쌓인 인도를 올라가는
사람의 등을 보고 있었다
어느 밤이었다
능이 열린 사람을 보고 말았다
이 세상의 구멍이 거기에 있었고
나는 눈을 돌리지 못했다
그 등으로
어둠이 들어가고 있었다
셀 수 없었지만
어둠이 그 등을 가득 채우자
등에서 더 짙은 어둠이
쏟아지고 있었다
등이 열린 사람을 보았다
등이 열린 사람이 비탈진 길을
오르고 있었다
_ 어떤 슬픔이 있어 그는 등을 열고 있을까
그는 그의 구멍을 드러낸 채 비탈진 길을 오르고
어둠을 쌓아가고 있을까
먹먹한 슬픔 몇을 마구 삼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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