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신
유종인
비가 내렸다
지하철 입구 한구석에 처마도 없이
비를 긋는 사내가 있다
옆구리 모로 누운 채
온몸에 비를 심는 사내가 있다
제 후줄근해진 몸에 비만 심었으랴
능갈맞은 창녀처럼 치큰대며 오는
비의 손목을 끌고
변변한 묵정밭 한 뙈기 없는 시골 내려가면
그대로 반가운 못비가 돼 내릴 봄비를
사내는 여전히 불모의 몸뚱이에 심어버리고 있다
내리는 비가
누워 있는 사내보다 더 건장하게 내리는 오후,
사내의 팔뚝에 심어진 문신 한 토막엔
시퍼런 격문처럼 '사람'이라는 글자가
거무죽죽한 살갖에 세 들어 있다
몸이, 저 버려진 몸이 제 몸이 사람임을 알리 있으랴
누운 정신의 아득함이 제 몸의 슬품을 말릴 줄 있으랴
살갖 속에 일렁이는 푸른 사람이여
언제가 썩어질 몸이 마지막 호패처럼 차고 있는
사람이라는 두 글자, 그 시퍼런 미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