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이윤학
제비가 떠난 다음 날 시누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제비집을 헐었다
흙가루와 알 수 없는 제비가 품다 간 만큼의 먼지와 비듬,
보드랍게 가슴털이 떨어진다
제비는 어쩌면 떠나기 전에 집을 확인 할지 모른다
마음이 약한 제비는 상처를 생각하겠지
전깃줄에 떼 지어 앉아 다수결을 정한 다음 날
바라는 것이 빼앗기는 것보다 어려운 줄 아는
제비 떼가 하늘 높이 까맣게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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