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그림이 있는 풍경

2월 상설전, 인동 아트갤러리에서 만난 봄

shiwoo jang 2009. 2. 13. 21:08
인동 아트갤러리의 2월 상설전



예술가들은 겉보기엔 참 딱한 존재들입니다. 뭔가 내키면 빨간 줄이 뻔히 보이는 계산서에도 기꺼이 뛰어들어 땀을 흘리고 내키지 않는 일이면 얼마라도 하는 만큼 돈을 지불할 테니 이것 이렇게 만들어 달라거나 이 부분 다시 고쳐보자면 고개를 흔들며 완강하게 거부합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외롭다 외롭다 노래하면서도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으로 불러내면 숨을 곳을 찾아다니거나 도망 다니기 바쁩니다. 공식적, 격식을 갖춘 자리를 싫어해서 불러내면 그야 말로 사색이 되기도 하지요. 끼리끼리 뭉쳐 다니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보면 달팽이가 집으로 몸을 숨기 듯 자신만의 세계로 푹 빠져 들어 있습니다.
이 까탈스럽고 얄궂은 예술가들은 어쩌면 참 이해하기도 이해받기도 힘든 족속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작가들이니 작가들을 가장 빨리 깊이 만나는 방법은 그들이 만들어 낸 작품으로 그들의 만나는 것이 어쩌면 작가를 만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를 일이지요.


인동갤러리 2월 상설전에 갔습니다. 그곳에선 원주에서 작업을 하거나 혹은 원주를 가슴속에 꼭꼭 묻고 사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장르도 다양해서 좀처럼 한자리에서 모일 수 없는 수채와 유화, 동양화 민화 등의 회화와 함께 도자기, 나전칠기, 까지 한자리에 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박현원, 김상수, 우성순, 이진석, 최정순, 이준행, 이소림, 이광섭 등 30~40대의 작가들이 주축이 된 이번 전시에는 예인회의 회원들이 중심이 되었고 그 밖의 작가들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박현원 작가의 도자기 작품입니다.
뭔가 묵직한 느낌의 도자기에 강렬한 원색의 유약을 발라 구운 작품입니다.
강하고 힘이 있어 보이는 이 작품이 원색의 화려한 꽃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이 작품을 보노라니 머지않아 땅 위에 가득 채울 봄꽃들의 향연을 미리 보는 듯 했습니다. 



최정순 작가의 작품과 박현원 작가의 또 다른 도자기 작품이 함께  있습니다.
최정순 작가의 작품은 특이하게도 나무 패널을 캔버스를 삼았습니다.
여인의 상반신을 그린 작품은 나무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쓱쓱싹싹 그린 것 같은 그림도 두 점이 있었는데요.
천진난만한 작품이어서 그림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환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김성수 작가의 나전칠기 작품입니다.
반지고리 두 점이었는데 어린시절 엄마의 반지고리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엄마의 반지고리에 담긴 색실과 여러 가지 색깔의 헝겊 조각에 매료되어
반지고리를 가지고 놀다가 혼나기도 했던 아스라한 기억을 불러내게 한 친숙한 작품이었습니다.
여전히 나전칠기장을 애지중지하는 엄마가  보신다면 무척 탐낼 만한 작품이어서
문득 엄마가 그리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우성순 작가의 동양화 작품입니다.
저기 가까이  성큼 와있는 봄이, 봄기운이 그대로 살아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그림을 보노라니 왠지  봄나들이 나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광섭 작가의 작품입니다.
비구상 유화 작품으로, 유화와 실, 헝겊, 한지  등 다양한 재료들이 빚어내는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이물감을 느끼지 않고 잘 어우러져 완성된 이 작품을 보노라니
우리 다양한 인간들이 빚어내는 인간관계를 보는 듯 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이 작품들은 제 기억이 맞는다면 이소림작가의 민화 작품이었는데요.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선이 굵은 서양화를 그렸던 작가였다고 들었는데요.
그런 작가가 이렇게  부드럽고 섬세하고 여성적인 작품을 그렸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입니다. 죽이 잘 맞아서 잘 뭉치는가싶다가도 어느 순간 보면 홀로 자기 안의 세계에서 골똘해져있는 예술가들은 따로 또 같이 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갑자기 예인회라는 작가들의 모임에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예인회는 원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거나 원주를 작품의 출발지쯤으로 여기는 열두 명의 들로 시작한 우발적이고 자발적인 비정기적인 모임이라고 합니다.1월에 한차례 작품 전시가 한번 있었고 9월에 또 한 차례 전시를 기획 중이라는귀띔을 들었습니다.
상설전에서 작품들을 살펴보니 예인회의 9월 전시는 어떤 모습일까 살짝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들의 행보가 궁금하시다면 삼월이 오기 전에 미리 봄을 마중하는 기분으로 갤러리 나들이도 좋겠지요? 유난히 햇살이 반짝이는 맑은 날엔 그림 구경 어떠세요? 그럼 가을에 만날 예인회의 또 다른 전시와 만났을 때 왠지 반갑고도 즐거울 것 같은데요.

자, 그럼  발걸음도 가볍게 봄마중 가보실까요? 2월이 다 가버리기 전에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