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그림이 있는 풍경

거리의 사람들을 그리다- 김진열 드로잉전

shiwoo jang 2009. 5. 8. 11:27

 일요일 한낮, 식목일이고 청명이고 한식인 날이었습니다.

사방이 벽 뿐인 아파트에 갇혀있다보니 좀 답답해져 어디든 나서야했습니다.

뒤적뒤적...뒤지다가 가볍게 만날 수 있는 그림 전시회가 떠올랐습니다.

원주, 사람들, 터미널 이라는 키워드로 떠오르는 화가 김진열의 드로잉전이었지요.

카톨릭센터 옆 골목에 있는 인동 갤러리로 슬슬 움직였습니다.

갤러리는 환하고 따뜻한 봄날 가벼운 나들이론 제격인 곳이지요.

원주, 거리의 사람들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번 전시는

올해 원주민예총 지부장으로 취임한 김진열화백의

원주민예총의 씨앗돈으로 사용될 기금 마련을 위해 기증한 30점의 작품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원주사람을  오브제로 삼아 오래도록 그림 작업을 해온 김진열 화백의

이번 드로잉 전은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표정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드로잉(drawing)은 예전에는 다른 미술형식에 개념적 으로 혹은 기능적으로 종속되었지만

지금은 자율적이고 독자적인 장르로 독립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드로잉은 인체 ·공간· 깊이·실재감뿐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데

가장 폭넓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드로잉은 그 제작방식이 직접적이기 때문에 선의 사용에 따라

작가의 개성이 즉각적으로 드러나므로 모든 미술형식 가운데서 가장 개성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드로잉은 선을 그을 때 크레용과 같은 재료를 사용해 한가지 톤의 독특한 효과를 낼 수도 있고,

마른 상태나 젖은 상태에서 문질러 다양한 명암의 변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선 자체의 독자적인 특성으로 비구상적인 드로잉을 할 수도 있지요

 단색 드로잉은 칼라 초크, 드로잉 잉크, 수채용 물감과 같이

다양한 채색 재료를 함께 사용하여 독특한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김진열화백의 드로잉전을 둘러보니 그 전의 작품들과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 동안의 그림 작업 보다 한결 따뜻하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사람들을 관찰하고

 쓱쓱 그려서 일까요  그림 속의 인물들은 날카롭지 않고 편안해 보입니다.

물론 더러 무겁고 행복해 보이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만...

 건널목에서 잠신 멈춰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가던 길을 멈추고 뭔가를 주시하며 서 있는 사람,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무방비하고 투명한 모습들을

김진열화백이 순간포착하여 그린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허공을 응시할 때,

혹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바라볼 때

나는, 우리는  이런 표정을 짓나 봅니다.

 

 

 

나는 보통때, 긴장을 풀고 있을 때,

뭔가를 생각없이 바라볼 때 어떤 모습일까 한번 쯤 생각하게 하는

그의 그림은  나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합니다.

 

 

 

 

어쩐지 나를 닮은 것 같아 마음이 간 그림이었습니다.

뭔가 싫은 일을  꼭 해야하지만

몸이  따라가 주지 않는 그런 상황,

마지못해 나서긴 했지만 어쩐지 도망가고 싶은 상황,

우리는가 산다는 것이 어쩌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요일 한낮 아이와 함께 온  아빠가 아이와 그림을 둘러 보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저 아빠의 모습도 아이의 모습도  그림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 갤러리를 지키고 있던 김진열 화백으로 부터 그림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림 속의 인물들을 그리기 위해서 투명해질 때까지 기다려야했다는 것,

사진을 포토샵 작업을 거쳐 잘라내고 드로잉을 해서 프린트 하는

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 작품들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왠지 따뜻해지고 행복해져서

오래 머물고 싶었습니다. 어쩐지 엄마가 보고 싶어져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엄마야?......

 

이번 전시의 취지가  씨앗 같은 일이고

그림이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보니 그림 한 장 소장하는 일도 괜찮겠다 싶었고

그림 값도...  그랬고...

그래서 주머니와 그림을 번갈아  기웃거렸더니 벌써 팔린 그림들이 많았습니다.

그것도 내맘에 드는 그림들만....

그래 헛꿈만 꾸고 왔습니다. 저는...

원주, 거리의 사람들 전시는 9일 목요일까지 입니다.

뭔가 사람이 그립다면  따뜻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인동갤러리로  발걸음 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봄나들이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