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good/책상앞에서

이레느

shiwoo jang 2006. 10. 15. 11:46

 

 중학생 시절에 처음 만난 이레느입니다. 르노와르의 그림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그림이지요.

세상의 아이 같지 않은 이레느를 처음 만난 후 내 꿈은 이레느 같은 숙녀가 되어야지였습니다.

이레느의 선한 눈빛과 청순함, 우수에 찬 표정 언뜻 보이는 엷은 미소까지....사춘기 여자아이가

꿈꾸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이었지요.  그 이상이란 인형에서나 볼 수 있었던 완벽함이었습니다.

 열살을 좀 넘긴 나이, 그 나이 또래 아이들처럼 저역시 뭔가 모으곤 했었는데요.

 

 저는 그림엽서를 많이 모았습니다. 이국풍의 그림이 담긴 엽서, 지금 생각하면 앙리브레송의

작품이었던 흑백사진이 담긴 엽서, 그리고 인물 그림이 담긴 명화엽서... 마음에 드는 엽서로

책상 앞 벽을 예쁘게 치장했던 저는 미운 것, 추한 것을 견디기 힘들어 했습니다. 그래서  이레느

처럼 아름답고 완벽하지 않은  제 얼굴도 얼마나 미워했는지요...   동양인은 서양의 아이들 처럼

입체적인 얼굴이 아니라 평면에 가까운 얼굴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견디기 힘들 었던지요. 

나이가 들고 대학생이 되어서야 나를 객관화 시킬 수 있게 되었고 나의 정체성을 생각하고 나를

인정할 수 있게 될때까지 그 열등감 아닌 열등감은 계속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동양인의 얼굴로 이레느의 모습이 되긴 힘들다는 것을 알지요. 지금도

이레느의 그림에 끌리는 이유가 있다면 어린시절 품고 있었던 그림이었고. 어린나이에도 품위와

기품이 느껴지는 자태에 끌리는 것이겠지요. 정면도 뒷모습도 아닌 옆모습의 이 그림은 앞모습이

주는 공격성도 뒷모습이 주는 쓸쓸함도 없는 눈빛 맑고 참한 소녀의 모습입니다.

 

 어린시절, 내 마음 속의 이야기를 말없이 귀담아 들어주고  불평을 쏟아 놓았던 말없던 친구,

이레느는 그 시절 마음속에 품고 살았던  입 무거웠던 내 친구였습니다.  우연히 인터넷 검색

하다 다시 만난 이 친구가 반가워 얼른 사진을 내려받아 저장했습니다. 이레느는 오랜만에 만난

내게 묘한 서글픔을 , 열등감을 맛보게 하는군요. 영원히 나이들지 않은 이레느가 나이듦을 두려워

하는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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