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good/책상앞에서

비는 내리고

shiwoo jang 2006. 9. 18. 15:02

 

 

  산산이라는 예쁜 이름의 태풍이 몰고 온 조금의 비와 조금 더 넉넉한 바람으로

마음 덩달아  심산하다. 기억할만한 지나침이 없는스쳐지나가는 여인 쯤으로,

가벼운 지나침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산산과는 달리 내 안에는 나도 모를 폭풍이 몰아친다.

특별한 마음 상태에 놓인 것도 아니고,

한바탕 휘몰아쳐갈 만큼 감정의 굴곡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를 이 심상치 않은 크기의 태풍이 내 안에서 세력을 넓혀감을 느낀다.

가끔 정체모를 이 태풍으로 인해

나도 내 곁의 사람들도 다치고 상처입곤 한다.

마음을 유리처럼 가라앉히려다 뛰쳐 나갔다.

일없이 어슬렁 거리다가

투명한 유리 그릇을 잔뜩 사왔다.

와인잔 두개, 유리 머그잔, 티포트, 오일 글라스, 유리 비이커를 닮은 저장용기 둘,

맑은 물에 뽀드득 소리 나도록 닦아 엎어 놓으니 마음이 유리를 닮는다,

비, 유리, 맑기로 닮아 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비가 좀 더 내려도 좋겠다. 여긴 아주 조금만, 겨우 느낄 정도로만

내리므로...

유리 그릇을 보면서

내 안의 태풍도 슬그머니 주저앉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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