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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예술제- 극단 치악무대, 메밀꽃 필 무렵

shiwoo jang 2006. 6. 13. 00:46


                              -메밀꽃 필 무렵이 공연 되었던 치악예술관 전경

 

 잘 차려진 잔치상에 손님이 없다?

 원주예술제의 한꼭지 였던 극단 치악무대의 메밀꽃 필 무렵을 보고 난 느낌이 그랬다.  공연이 있던 날은 11일 늦은 7시 30분. 치악예술관에서 무료로 공연된 메밀꽃 필 무렵은 일요일 저녁상을 물리고 난 뒤 식구들이 함께 하면 좋을 공연이었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공연이 시작 되기 두 시간 전에 치악예술관에 도착해서 포스터나 현수막 등 홍보물을 살펴보고 관객들의 연령대나 계층을 살펴보려고 생각한 것인데 일러도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메밀꽃 필 무렵을 배정 받고 자료를 찾아 보기 위해 우선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는지 살펴보았으나 메밀꽃 필 무렵은 강원연극제 참가작이 었다는 것, 공연 주최는 치악무대라는 것 정도였고 원주예술제 행사 일원으로 연극 공연이 있다는 정도로 짤막한 기사가 전부였다. 지역신문에 소개된 기사 역시 간단한 소개 정도로 그쳤으므로 만족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 원주예술제와 청소년 예술제의 프로그램이 소개된 현수막

 

 조금 일찍 도착해서 현수막이나 포스터를 찾아보기로 하고 왔으나   원주예술제 프로그램을 소개한 현수막 외에 극단에서 준비한  어떤 홍보물도 없었다. 이래서야 공연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있을까 싶어 치악 예술관 앞을 지나가던 몇 몇 사람들과 인터뷰를 해보았다. 대답은 대다수 '연극 공연이 있는지 모르겠다. 몰랐다'는 이야기들이었다. 오늘 공연을 알리는 안내문도 없었고 오히려 몇 주 뒤에 있을 어린이 연극과  연주회공연 현수막과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시간이 너무 일러서 인가 싶어 지하 전시장의 원주미협 회원전을 둘러보고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연극 공연 30분 전 쯤에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공연장 안은 여전히 썰렁했고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이 로비를 지키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서 치악예술제 팜플렛을 나눠주는 극단 관계자에게 이 공연의 홍보를 어떻게 했느지 물었다. 따로 팜플렛이나 리플릿,  포스트나 현수막을 제작 했는지 물었으나 따로 제작하지 않고 원주예술제에 묻어 가기로 했다고 대답 했다. 공연중 후레쉬 없이 사진촬영을 해도 좋은 지 물었으나 어렵겠다는 대답을 들었고 대신 리허설때 찍은 사진을 석장 정도 얻기로 했고 공연이 끝나고 인터뷰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15분 전에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간간히 빗방울이 흩날리는 불순한 일기 탓인지 홍보 부재에서 오는 문제였는지  관객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적었다.

 

 메밀꽃 필 무렵은 이효석 원작의 잘 알려지고 잘 만들어진 단편 소설을  박전하 각색, 권오현연출로 연극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잘 만들어지고 많이 알려진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일은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원작이 좋을수록 작품에 거는 기대치가 높고 잘 알려진 이야기 일수록 자칫 지루해지고 식상하기 쉬워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막이 내릴 무렵 한바탕 춤판이.... 관객과 어우러진 무대였다면..


 

 극단 치악무대의 메밀꽃 필 무렵은 봉평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무대장치에서 부터 잘 살렸고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향토색 짙은 의상과 배경음악, 조명이 잘 어우러져 원작이 주는 서정성을 잘 살렸고 구성도 무난했다. 장터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난타식의 연주를 도입하고 사물놀이 장단으로 흥을 이끌어내고 아기를 들쳐 없은 아낙과 어린 아이들의 등장으로 관객들의   따스한 시선을 끌어내기도 했다. 연극 메밀꽃 필무렵의 구성은  대체적으로 무난했고 관객의 호응도 다소 얻는 듯 했다. 그러나 관객을 장악하고 적극적인 호응을 얻는데는 다소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썰렁한 객석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 무대인사라기엔 다소 어정쩡한 피날레...

 

 막이 내리고 객석의 관객들은 하나 둘 빠져 나갔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을 빠져 나가는 관객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 연극 어떠셨어요?

좋았어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요?

장터에서 어린 아이들이 나왔던  장면요..

처음 장이 설때 난타처럼 두들기며 연주하던 장면요...

원작과 꼭 같네요...

-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요?

끝부분요. 무대인사가 없었어요.

객석이 너무 썰렁했어요.

- 이 공연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

원주예술제 팜플렛 보고 알았어요.

친구가 가자고 해서요.

 

 메밀꽃 필 무렵은 앞서 말한데로 맛있는 밥상을 잘 차려 놓았는데 그것을 먹을 사람이 없었다. 맛있는 밥상을 잘 차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 잘 차려진 밥상이 있다고 알리는 것도, 진지 드시러 오시라고 부르는 일도 그에 못지 않은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홍보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 공연이 원주예술제의  한꼭지라고는 하나 극단측에서 최소한의 홍보는 꼭 필요했다는 생각이다. 물론 극단 나름의 인력문제나 그밖의 문제가 없진 않겠으나  축제란 더불어 함께 즐기는 행사이다. 축제의 의미를 무심히 넘긴다면  자칫 그들만의 축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기념 촬영중인 배우들과 스텝들
   

  텅빈 객석에서 시간에 쫓기며 무대를 철거하고 뒷마무리에 바쁜 스텝 중 한 분과 짧은 인터뷰를 마지고 돌아오는 길.  치악예술관 로비 문이 잠겨있었고 누군가 다시 열어주는 문을 빠져나왔다. 문을 잠그면 들어갈 수 없다.  배우과 관객이 소통하고  축제의 주최와 참석자가 소통을 하지 않으면  그 축제는 닫힌 문이고 닫힌 문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관객 없는 무대가 없고 참여하지 않는 축제는 축제의 존재가치가 없다. 축제가 축제 본래의 가치를 다하기 위해서는소통하고 더불어 가야한다.  달리 말하면 축제는 소통이고 어울림이다. 축제란 잔치상을 잘 차려놓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함께 잔치상을 차리고 요구하고  함께하자고 부추길 일이다. 축제의 문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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