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사진관이 있는 동네

딕 브르노의 그림전에서 만난 어제의 나

shiwoo jang 2006. 6. 2. 23:39

                          -가나 인사아트에서 열린 딕 브르노 그림전

 

  아이들이 유아기에 좋아하는 책이 있습니다. 아이들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들은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유아들은 그림책을 좋아하지요. 글자보다는 그림에 강한 흥미와 호기심을 보이지요. 유아들이 좋아하는 그림은 대게 단순하고 색이 선명한 원색이거나 혹은 아주 은은한 파스텔톤이거나 아주 강하거나 아주 부드럽고 따뜻한 그림을 좋아합니다. 그림책의 이야기 구조도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보다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고 진행이 빠른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딕 브르노의 그림은 단순명쾌합니다. 그래서 아기들의 시선을 단숨에 낚아채는지도...

 

 남자아이들인 제 아이들도 유아기에 책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물론 혼자 책을 보는 것보다는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더 좋아했지요. 제 아이들이 어린시절 유난히 좋아했던 그림책이 딕 브르노의 그림책이었습니다. 딕 브르노의 그림은 주로 선명한 원색으로 캐릭터를 최대한 단순화 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어찌보면 표정의 변화도 거의 없는 경우가 많지요. 그 무표정한 캐릭터들은

무척이나 말을 아끼고 행동도 아끼는 듯 보였습니다.

 

 가나 인사아트미술관을 간 날 딕부르노의 그림전이 열렸습니다. 그림과 함께 그가 그린 그림책과 캐릭터 인형도 함께 전시가 되어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유아기를 환한 색감으로 채워줬던

딕 부르노에 대한 오마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웬지 그에 대한 경의로 들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전시장을 둘러보았습니다.

 

  

               - 한쪽 코너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전시장        

 

 전시장을 차분히 돌아보면서 셔터를 누르기도 하고... 모퉁이를 돌아 반대편으로 갔더니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마침 그 곳에는 아이를 데려온 엄마가 아이와 앉아 브르노의 책을 읽어 주고 있었습니다. 참 예쁜 모습이지요?

                         -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중에서 한 풍경  ....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책과 자리를 마련한  전시장의 배려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모습,  그 두 마음이 읽혀져서 덩달아 마음 따스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읽어주는 엄마에게 양해를 구하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방해하지 않으려는 마음에 급히 찍었더니 영 엉성하네요.

 

 가끔 저는 자신에게 묻곤 합니다. 나는 좋은 엄마인가?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일까?

고백하자면 저는 좋은 아내 자리보다는  좋은 엄마 자리를 더 탐을 냅니다. 그러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것이 제 한계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식에 모든 것을 다 걸기 보다는 좋은 조력자의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것 또한 어려운 일이더군요...

 

 아이들이 어린시절 좋아했던 그림들을 보며 내 아이들의 어린 모습들을 떠올리며 책읽어 주는 예쁜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좋았던 시절을 그리는 제 자신을 보며 나이듦을 인식하게 되네요.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가끔 퉁퉁거리기도하고 제 방에 문을 닫고 들어가는 아이의

뒤꼭지를 보면서 자식을 키우는 것은 떠나보내는 연습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신이

제게 잠시 맡긴 보석, 잘 닦고 간수했다가 돌려보내는 것이 제 몫임을 잊지말아야겠다는

다짐을 오늘 또 해봅니다.  보석을 잘 간수하는 일 생각보다는 힘이 드는군요...

제 빛깔 제 무늬를 발하도록 닦아 주는 일도 만만치 않네요...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