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good/책상앞에서

나를 찾아온 인연

shiwoo jang 2006. 5. 10. 23:49
인연은 그런 것이란다. 억지로는 안 되어.
아무리 애가 타도 앞당겨 끄집어 올 수 없고,
아무리 서둘러서 다른 데로 가려 해도 달아날 수 없고잉.
지금 너한테로도 누가 먼 길 오고 있을 것이다.
와서는, 다리 아프다고 주저앉겄지. 물 한 모금 달라고.

- 소설가 최명희의 '혼불' 중에서-

 

  "아무래도 바퀴가 빠진 것 같아!"

서지뜰 좁은 길에서 맞은편에서 오는 덤프트럭을 피하느라 길 한켠에

비켜서있다가 트럭이 지나가고 가던길을 가려다 그만 앞바퀴가 턱을 넘어 빠져버렸다.

오랜만에 찾은 강릉. 늦은 점심을 먹기위해 강릉 토속음식점이 있는

서지뜰로 가던 길에서  만난 난감한 상황이었다.

차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초보를 면한지 얼마되지 않은 처치라

이런 일이 생기면 당황하는 일 말고는 해낼 수 있는 일이 없다.

동행했던 언니가  돌을 주워와 바퀴밑에 깔아보기도하고

이런저런 처지를 해보았지만  차는 요지부통. 

 마침 지나가는 청년이 있길래 도움을 청했다.

그는 발걸음 을 멈추고 차와 바퀴 상태를 꼼꼼히 살펴봤다.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했다.

역시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침 지나가는 작은 트럭이 있었다.

세사람이 입을 모아 도움을 청했다.

트럭에서 내린 부부는 밧줄을 걸어 차를 빼보자고 했다.

여러번의 시도 끝에 차를 끌어 낼 수 있었다.

청년은 도와주느라 옷을 다 버려버렸고. 가던 길을 멈추고 도와주느라

그들이 해야할 일이 늦어졌다.  도움 받은 입장에서는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에

코가 땅에 닿도록  인사했다.  지나가던 촌로가 한말씀 하셨다.

뭐 바쁜데 남의 일 봐주느라 그러냐고  사람좋은 얼굴의 아주머니가 한말씀

하셨다.  우리가 도와줘야지 다음에 우리가 빠지면 누가 도와줄 거 아니냐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도미노가 연상되면서 나도 누군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도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세사람에게 감사인사 하 것 말고는 한 것이 없다. 언제가 내가

도울 수 있는 자리에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을 한 것으로

그 사람들은 친절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곳에서 그들을 만난 것  그들의 도움을 받은 것은 우리가 모를

어떤 인연이 아니었을까?

누군가 나에게로 와서 다리 아프다고, 물 한모금 달라고 한다면..

그 어떤 인연이 나를 찾아 온 것이리라. 

아,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청년은 우리가 점심을 먹으러 간집이 종가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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