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뜰의 알림판, 흑판에 분필로...
노뜰에 다녀왔습니다.
이상하게 노뜰에 다녀온 날은 저 참 편안하고 행복해집니다.
4월 공연 나무이야기를 보러갔지요.
드디어 긴 휴식기간이 끝나고 시즌 첫 작품이 무대에 올려진 것이지요
물론 단원들에게는 재충전의 시간, 새 작품을 연습하는 시간이었겠지만,
노뜰의 무대를 기다리는 팬의 입장에서는 길고 지루한, 이라는 말이 맞는거죠.
- 나무 이야기 공연 포스트가 있는 의자
자연, 환경, 개발..... 어찌보면 무겁고 어두운 이런 주제를
한편의 동화처럼,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오래전 옛날 이야기처럼 풀어갔습니다.
이 연극을 보는 내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나날'이라는 책을 볼때
그 마음 따스해지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늘 노뜰 무대에서 파워플한 에너지를 쏟아내던 배우 이지현씨와
김대건씨( 이름이 좀 헛갈리는데 제가 이름을 잘 바꾸는 이상한 버릇이 있습니다. 혹시 틀렸다면 부디 용서를...)가 이번 무대에는 서지 않았고 ( 이지현씨의 발목부상이..부디 빠른 쾌유를 !)
두 사람의 배우가 이번 무대를 이끌어 갔습니다.
두 배우의 대화와 나래이션 그리고 노래가 대사의 주축을 이루고
나머지 배우들의 몸짓과 코러스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습니다.
무대는 늘 그렇듯 시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배우들의 몸짓언어, 때로 부드럽고 때로 강하게
그리고 섬세하고 아름답게 나무의 촉감과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두 배우의 대사도 좋았습니다. 굳이, 뭔가를 억지로 지적하고 넘어가자면
그간의 노뜰 무대와 비교했을 때 대사가 많아서 조금 생각할 여지를 남겼더라면
하는 그건 물론 제 욕심입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약간의 재미를 더한 것 같습니다.
가끔 배우들의 코믹연기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고요.
나무가 들려주는 나무 들의 이야기도 이런저런 생각 속으로 쓸려가게 했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나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흔들리기 때문에 바람이 분다는...
늘 익숙하게 이것이 진리고 상식이라 믿었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이기적인 생각들로 지켜져야할 가치들이 지켜지지 못하고 사라지는 아픔으로
가슴이 저리고 따가웠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체험이지만 나무들이 춤추기 시작했을 때
제 등줄기를 타고 전율이 흘렀다는 특별한 체험을...
나무가 이야기를 마치고 잠시 암전..
그리고 배우들의 인사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관객이 떠나고 텅빈 무대
아참, 이번 무대는 유난히 암전이 많았습니다.(어둠 속에서 배우들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그 깜깜함 속에서...감각일까요? 남달리 예민한?)
모든 관객이 자리를 비우자 배우들이 다시 나왔습니다.
- 저, 사진 찍어도 될까요?
- 연극이 끝난 후의 무대를 훔쳐보는 카메라
연극이 끝난 후 무대에서 갖는 배우들의 총평 시간에 눈치껏 사진을 몇장 찍고
뒷풀이가 있는 손님방으로향했습니다.
막걸리와 부침개, 오징어 볶음, 된장국 등등...
푸짐하고 따뜻한 뒷풀이의 시간을 보내고...
막 무대에서 내려온 배우들이 그 차림 그대로 준비하고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모습,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일 겁니다.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쏟아내고 난 뒤 힘든 상태였음에도
웃음 잃지않고 기꺼운 마음으로 손님들과 어울리는 배우들을 보면서
무엇이 사람을 미치게 만드나..이런 생각 잠시 했습니다.
표현 방법은 조금씩 달라도 생각은 비슷하겠지요. 열정 같은 것!
- 뒤풀이 시간입니다. 다소 흐트러져도 느슨해져도 좋은 시간,
- 아 , 배경음악으로는 계속 파두가 열정적으로 흘러나왔습니다
-후용리 이장님 맞으신가요? 주연 남자배우, 그리고 노뜰의 간판 배우 이지현씨
-케익배달부가 된 여배우, 그녀 이름 여기다 밝혀야하나 말아야하나...
- 노뜰의 발자취라고 할까요?
4월의 노뜰 공연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행복해져서 이야기를 나누던 일행들
목소리가 밝고 경쾌하게 한 두 옥타브 쯤 올라갔던 것 다른 분들도 느꼈을까요?
공연을 기다리는 설렘과 그 느낌을 다시 갖게 해준 노뜰 식구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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