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나무이야기 고목과 가로수에 이은 그 두 번째 이야기 사과나무와 느티나무를 다시 만났습니다. 사과나무의 가지치기로 시작하여 사과나무의 한해를 담았습니다. 사과나무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사과나무를 가꾸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해야 옳겠지요. 사과나무는 가지치기부터 꽃잎 따기 열매 속아내기 같은 비우고 자르는 일이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것도 그것과 다르지 않겠지요. 비우고 잘라야 채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과수원집 아저씨의 마음속에 늘 아픔으로 남은 아버지, 사과 하나 못 드시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야기는 덩달아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삽화 부분도 좋았습니다.
느티나무는 오래된 마을 어디에나 마을 어귀에 한 그루 쯤은 있어 당산나무로, 마을의 수호신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는 나무 이야기였습니다. 그 나무는 동네의 광장으로, 사랑방으로, 놀이터로 마을의 구심점이 되어 오랜 세월을 살아와 마을의 내력과 사람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지요. 나무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은 예전 같지 않지만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 느티나무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의 대화, 독백 웅얼거림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지난주 고목과 가로수와 비교해보면 조금 더 입체적이고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인지 동의반복의 느낌도 없진 않았지요. 애니메이션과 과수원 아저씨의 이야기와 작가의 내레이션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 하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전문 성우의 내레이터와 작가 신현림과 화가 손장섭의 내레이터가 다소 중복되어 집중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두 작가의 내레이터를 독백으로 처리 했더라면 군더더기 같은 느낌을 덜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사과과수원 내외의 웅얼거리는 혼잣말 혹은 대화와 작가와 과수원집 아저씨의 대화, 딸아이와 작가의 대화를 늘이고 말이지요. 국어책 읽듯 한 내레이터 보다는 혼잣말 같은 독백이 오히려 이 분위기와 영상에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흑백으로 처리된 두 작가의 자리가 어쩐지 겉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나무이야기는 옴니버스 다큐라는 새로운 시도가 돋보였고 나무를 소재로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를 한 것이었습니다. 나무를 주인공으로 나무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모습, 사람이 보는 나무의 모습과 나무가 보는 사람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차분하고 깔끔한, 그리고 따스한 영상은 그대로가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나무이야기를 보다 보니 터키 이스탄불 대학에서 만난 나무할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이스탄불 대학 고목 앞에서 이십년 이상 그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지킴이 나무 할아버지는 그가 지키는 나무와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사진 찍어도 될까요? 한마디에 흔쾌히 포즈를 잡아 주셨던 넉넉한 나무 할아버지가....
- 이스탄불 대학의 나무를 지키는 나무할아버지
'on the road > 사진관이 있는 동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 노뜰 공연, 나무이야기를 듣다 (0) | 2006.04.23 |
---|---|
매지호수 벚꽃길은 꽃비가 바람에 날릴까요? (0) | 2006.04.10 |
삼월 어느 봄밤에 (0) | 2006.03.24 |
옴니버스 다큐 -나무이야기 (0) | 2006.03.18 |
푸른 장미를 본 적 있나요? (0) | 2006.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