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사진관이 있는 동네

선운사 지는 동백 보러갔지요

shiwoo jang 2006. 5. 14. 14:46

 선운사 지는 동백 보러갔지요. 데 번번히 동백꽃 피는 모습을 놓치듯

지는 모습도 놓치고 말았습니다. 꽃피는 때 맞추기 어려운 만큼 지는

때도 만나기 어렵네요. 아직은 인연이 아닌지. 그 때가 아닌지...

굳이 동백 아니어도 선운사에는 눈길 멈추는 곳이 너무 많아서요.

먼 걸음을 아까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선운사 동백숲, 동백나무가지는 여성적이라기보다는 남성적으로 느껴집니다.

 

동백꽃 떨어진 가지에 더러 미처 떨어지지 못하고 붙어있다기보다는 얹혀있는 동백꽃 몇 잎이

만화방창 화려한 시절 다 보내고 뒷방에 나 앉은 그 옛날 노기의 자태라고 해야할지.. 처연하기도하고 처량하기도하다가. 얼핏 남은 강단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떨어진 동백꽃이 목련의 그것처럼 처절하진 않아서요. 기품은 남은 듯,

 

 댕강댕강 떨어지는 동백을 못본 아쉬움에 동백그늘에 앉아 한동안 발길을 돌리지 못하다가

선운사 풍경을 담았습니다. 연휴의 첫날이라  선운사를 찾은 사람들이 제법 많아서 고즈넉한 절집 풍경을 담기는 힘이 들어 사람들이 한 풍경으로 자리한 사람풍경도 그럴사 했지요. 결국 절집 또한 사람을 위한 장소이며 풍경이니까요.

                       -동백숲에서 내려다본 선운사 전경

 

선운사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제 풍경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래도 비교적 조용한 시간이라 차분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선운사 경내를 천천히 한바퀴 돌아 나오늘 길 선운사에 이르는 길을 되집어 내려가면서 이번에는 선운사길을 따라 흐르는 개울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누군가 건드리지도 않는데 잔잔한 파문이 일어 한참을 들여다 보았는데 말이지요. 계속 누군가 수면을 건드리기라도 하는 듯 파문이 일었습니다. 또...또,,,

 

 

그런데 개울은 참...고요하고도 고요하네요. 아무른 일이 없다는 듯...

그 개울 곁에 오래 앉아 마음도 씻고 머리도 씻고 그렇게 바삐 살아온 시간도 씻고

나를 반추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요. 아직 속진이 가시지 않은 사람인지라

또 다시 시간에 일상에 쫓겨 발걸을을 재촉하게 되어버리네요.

 

제가 돌아가는 길, 저를 지나쳐 갈 사람들도 이런 생각이었을까요?

누군지도 모를 저 분들도 선운사에서 저와 같은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가길 슬쩍 빌었습니다.

선운사에서는  제 마음도 제법 넉넉해졌네요.

선운사에서 무엇을 보았냐고요?

잠시....아주  잠깐 동안 저를 만나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