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우리 땅 구석구석

터키여행 9- 디아르바크르 캐러반 사라이에서

shiwoo jang 2006. 3. 19. 19:10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디아르 바크르에 도착한 시간은 꽤늦은 시간이었습니다.

비행장에 도착해보니  차 한대가 기다리고 있었고요. 우리를 태우고 갈 이

차는 이스탄불에서 왔다고 하네요 우리가 도착하기 훨씬 전에 육로로 먼길을

달려온 이태리 남자를 연상 시키는 멋진 외모의 기사와 인사를 나누고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올랐습니다.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는 캐러반 사라이라고 하네요. 그 옛날 실크로드의

대상들이 묵었던 숙소라고 합니다. 실크로드를 다니던 대상들의 규모는

낙타 200마리~ 300마리가 이동했다고 하네요. 상인들의 수는 대략 300~500명 정도,

이 많은 인원이 묵어야했던 숙소는 규모가 상대해야겠지요?

사라이는 터키말로 성이라는 뜻이라는군요. 성이라 불릴 정도의 규모라면...

1층에는 큰 식당과 숙소가  2층은 전체가 숙소였습니다.

 그 시절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연회를 배풀었을 것이고 

그때 오고간 정보도 오늘날 인터넷 못지않게 방대한 정보였겠지요.

 캐러반 사라이는 그 숙소를 개조해 호텔로 사용한 곳이었습니다. 옛날 건물의

원형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조금씩 손을 본 정도였지요.

                          - 늦은, 비내리는  밤의 캐러반 사라이 풍경

 

캐러반 사라이로 들어서니 로비하고 하기엔 비좁은 데스크가 있었습니다

 체크인을 위한 수속을 하고 묵직한 열쇠를 받아들고 주위를 돌아보니

응접실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아니라기도 어정쩡한 비좁은  담소를 위한 공간이

세개 쯤 있었고 카페트와 쿠션 그리고 물담배가 놓여있었습니다.

그 옛날 그 대상들도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물담배를 권커니 잦거니 하면서

이러저런 한담을 나눴을까요?

                                          -캐러반 사라이의 로비와 물담배가 있는 탁자

 

방은 이층이었고  키가 작아 짧은 다리로 오르기엔 

조금 가파른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갔습니다.

예전 대상들은 덩치가 컸나봅니다.  방으로 들어가보니  예전에도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 고풍스런 방안 풍경이었습니다.

전날 묵었던 데데만 호텔과는 많이 비교가 되었지요

좁고 낮고 군더더기 없이 있을 것만 있던 방안 풍경이...

떠나기전 캐러반 사라이에서는 머리를 조심하세요 라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이야기인 즉 숙소의 출입문이 낮아서 머리를 숙이고 다녀야한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대충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소박하고 단출한 식사였습니다. 으슬으슬 추운 날씨를 달래기엔

따스한 스프 한 그릇이면 충분했는데... 아, 문제는

소음에 가까웠던 연주....

바라지 않았던 음악 공연이 있었습니다 손님은 우리들 뿐이었고

예의상 박수를 치고 분위기를 맞추는 시늉을 했지만

내심 늦은 시간의 저녁이니 만큼

좀 조용한 분위기에서차분하게 담소하고 식사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각자 방으로 향했습니다.

 

                                                -캐러반 사라이  객실 밖 풍경

 

 

저녁에는 반신욕으로 그날의 피로를 푸는 제 습관이 제지를 받는 날,

욕조가 없고 아주 비좁은 샤워 부스만 있었습니다.  그래, 물이 귀한

터키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간단히 샤워만 하고 나왔습니다.

한가지를 원하면 한가지는 포기해야겠지요? 옛스러운 캐러번 사라이

분위기를 위해서 쾌적한 현대식 시설은 포기하는 편이 현명하겠지요.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이 들고 잠에서 깨어난 시간은...

아잔소리때문이었습니다. 가까이 자미(모스크의 터키어)가 있었던지

아잔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습니다. 그 시간 기도를 하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구시렁구시렁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일정표를 훑어보고 잠시 책을 읽다가  아침 산책을 나섰습니다.

 

         학교가는 디아르 바크르의 아이들, 학교가는 시간이 일곱시인가봅니다

 

 

아주 이른 시간이었는데요 학교가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곱시 전인데 학교를 가는 아이들 표정, 어슬렁 움직이는 사람들의

표정이 이스탄불에서 봤던 터키 사람 특유의 밝고 환한 표정이 아니어서

조금 의아해 했습니다. 왜들 저렇게 경직되어 있을까?

                           -디아르바크르성에서 본 티그리스강의 모습

                          

조금 걸어가자니 디아르바크르 성벽이 보였습니다. 계단을 걸을 올라가

보니 멀리 티그리스 강이 보였습니다. 어린시절 문명의 발생지라 배웠던  

티그리스 강을 보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멀리서 안개가 피어오르고

사람들이 일궈논 밭, 사람들이 사는 마을의 전경이  아스라히 보였지요.

약속한 아침 시간이 다 되어서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일정도 그다지 녹녹해 보이지 않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