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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여행 7- 페라 팔라스, 그리고 아무도 남지 않았다

shiwoo jang 2006. 3. 11. 13:09

 

쥐덫,

그리고 아무도 남지 않았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무슈 포아르, 그리고 미스 마플, 이쯤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을 겁니다.  위에 나열한 제목들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명이지요.  추리소설의 여왕이라고 하고, 레이디 작위를 수여받은 여성 작가였고, 아가사 크리스티 스스로가 추리소설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 인물이기도 합니다.

 

                          -페라 발라스 호텔, 터키어로는 오텔이라 불리는,

 

 페라 팔라스 호텔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름이 아가사크리스티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에서 오리엔탈 특급은 이스탄불을 관통하는 열차를 일컫는 말입니다.  오리엔트 특급열차는 파리를 출발하여 로잔, 베니스, 베오그라드를 거쳐 이스탄불의 중앙역이 종착역입니다. 오리엔탈 특급은 1883년 유럽 귀족들을 위한 관광열차로 시작되었지요. 유럽의 귀족이나 명사들은 지중해, 에게해, 흑해가 만나는 이스탄불에 내려 가마를 타고 페라 팔라스 호텔로 갔습니다. 지금 오리엔탈 특급 열차는 운행을 멈추었지만 페라 팔라스 호텔은 여전히 그 자리에 건재하고 있습니다.  1백년 넘은 그 호텔에는 아직도 나무로 된 엘리베이터가 남아 운행되고 있고 세월이 비켜간 듯 고풍스런 19세기 가구와 실내장식이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오래되어 낡고 변색된 것들은 보수의 수준에서 손댔을 뿐 개조를 하거나 리모델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페라 팔라스 호텔 내부 레드 카펫을 밟아보셨는지?

 

 그 고풍스런 호텔은 지금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이 호텔은 아가사 크리스티, 마타하리 같은 역사의 한장을 장식한 인물들이 묵었던 호텔이기도 한데 특히 아가사 크리스티는 오리엔트 특급살인을 이 호텔에서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본인이 행방불명된 사건이 있었는데 본인도 그간의 행적을 기억하지 못하ㅗ 침묵한 것으로 알려졌지요.  후에 페라 팔라스에서 묵었던 것으로 밝혀지는데 호텔 방의 열쇠가 없어졌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우여곡절 끝에 그 열쇠를 찾아내었고 그 열쇠는 몇가지 유품과 함께 페라 팔라스 카페 조그만 부스에 전시되어있습니다.

 

 

                            - 다시 찾은 호텔 방 열쇠와 아가사 크리스티 사진과 작품들

 

 깜짝 놀랄 일은 다름 아닌 이 페라 팔라스 호텔을 찾아간 일입니다. 우리 같은 소그룹에서나 가능한 일이었고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나 일행은 모두 흥분해 있었습니다. 터키여행을 떠나기 앞서 찾아본 여러 자료에서 언급이 되어있던 이 멋진 호텔에서 묵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힘든 일이라 생각하고 포기했던 터였으므로 그냥 찾아가 본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신이 났던지... 친절한 호텔 직원의 배려로 페라 팔라스의 100년이 넘은  나무 엘리베이트를 타보는 행운도 얻었고 삐걱이는 나무 엘리베이이터를 타고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을  잠시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귀족 여인이 된 듯 우아하게 인사를 하고 발걸음도 사뿐히 걸어 우아하고 고급스런 복도를 걸어 카페로 걸어들어 갔습니다.

 

 

                                      -페라 팔라스의 나무 엘리베이터

 

 오후의 호텔 카페는 한가한 고요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고요를 흔들어 깨운 것은 우리 일행들 뿐, 카페의 직원도 말 수가 없었고 그저 필요한 최소한의 말만 하는 듯했습니다. 한잔에 만원 가까이 하는 커피를 우리는 아가사 커피라 불렀습니다. 물질적인 것 보다 정신적 가치 비용이라 생각하고  물질적 가치를  재빠르게 계산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에게 경의를 표하며 카페라떼와 모카 카푸치노 커피로 축배를 들었지요. 그날 아가사 크리스티 커피를 사신 분은 이모 교수님이라고 절대로 말하면 안될 것 같은데요....

 

 

 다른 곳에서 발길을 재촉하던 것과는 달리 우리는 그 분위기에 충분히 스며들었으며 그 분위기가 가진 모든 것을 즐겼습니다. 짧은 여정에 할애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우리 일행은 페라 팔라스와 이 호텔이 가진 분위기를 사랑했습니다. 도무지 일어나고 싶지 않은 발걸음 돌려 나가는 시간까지 아쉬움이라니... 갈길은 멀고 시간은 없고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재촉할 밖에요..늘 그렇듯 아쉬움을 묻고  이스탄불의 마지막 코스 갈라타 타워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날씨가 잠시 개이는 듯하다가 다시 흐려졌습니다. 이스탄불은 날씨 마저 다양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눈, 비, 구름, 햇살  ...오늘은 날씨도  풀코스였습니다 . 어쨌든 페라 팔라스 호텔에는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도 마타하리도 오리엔탈 특급열차를 타고 오가는 많은 귀족들도... 혹, 그들이 유령이 되어 오늘 그 곳을  떠돌지도 모르지만. 페라 팔라스에는 오늘도 새로운 손님을 맞을 뿐, 그 옛날 인물들은 역사 속으로 이야기 속으로 사라지고 우리는 다만 그들을 추억할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