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선운사- 박세현

shiwoo jang 2006. 3. 9. 12:27

선운사

 

                  박세현

 

동백꽃 보겠다고 떠난 길

인간적으로 굽어지던 호남고속도로 위에

때마침 분분하던 벚꽃 이파리들

 

마음 몇조각 흩날리며 선운사에 당도하니

일찍 핀 꽃들은 수삼 일 전에 져버렸고

방금 망울 맺힌 것들은 되레 나를 보겠노라 동동거린다

 

멀거니 동백꽃 떨어진 자리를 쳐다보고 섰자니

새끼 동백들의 끼득대는 소리가 동백숲 그늘을 흔들고

몸을 빠져나가는 가슴 마르는 소리

계곡 물소리에 얹혀 급행으로 사라진다

 

내가 세상을 거들지 않으니

세상이 나를 거들리가

 

 

- 이 맛있는 시때문에,

 선운사에 가고싶다.

선운사만 네번을 다녀오고서도

나는 왜 편식이 이다지도 심하다지?

나를 보겠다고 동동거리는 새끼동백들 필려면

아직도 멀었거니

오월쯤 봄이 뚝 떨어지는 날,

엑셀을 발아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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