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배탈이 발목을 잡는 바람에 오전 내내 끙끙거리고 누웠다가
누워있기도 심산한 일요일 오후인지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수선한 집안이 거슬려 팔걷고 앞치마를 찾아 입는다.
난 뭔가를 하려면 반드시 앞치마를 입는다. 유니폼 같기도하고
사전 마음의 준비라고 할까? 앞치마를 입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내 마음가짐은 확 달라진다. 왜냐고? 나도 모를 일인데...
오디오에서 재즈 시디를 꺼내고 분위기 밝은 올드팝 시디를 넣는데
oldies but goodies..라는 앨범인데 앨범 타이틀에 동의하며
청소기 부터 잡는다. 언제부터 인가 난 청소기가 생명체 같다는 생각을 한다
착하고 말 잘듣는, 가자는 데로 가고 닦으라는 데 닦고. 제때 먼지통만 비워주면
일 잘하는 듬직한 친구같은, 산책하듯 걸레로 닦고.
난 청소도 어슬렁 어슬렁하는 모양이다. 설거지를 하다 개수대 거름망을 닦다
윽 지저분하다. 게으름 씨와 가깝게 지낸 티를 낸다.
청소를 끝내고 오디오의 시디도 침묵한다.
시디를 바꾸고 자리에 앉아 내일 수업 자료를 챙긴다.
아이들에게 읽어오라고 한 책을 읽어보며 내일은 무슨 이야기를
왜 해야하는지 오래 고민한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이 싫어
아이들을 많이 가르치지도 않고 어떤 틀이 싫어 어디에 소속된 것도 아닌
탓에 매번 첫수업이자 마지막인 수업 준비를 하면서 늘 고민한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기 보다는 아이들의 생각을 어떻게 읽어주고 들어줄까
어떻게 그 생각을 풀어줄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인데...
아이들의 생각을 잘 읽어주고 스스로 쓰게 하는 것,
아이들 나이에 내려가 잘 놀아주는것, 결국 가장 좋은 배움은 배우는 것이
즐겁다라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인데...
생각과 손이 따로 가는 이 순간,
애꿎은 커피만 축내고....
'something good > 책상앞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게으름이... (0) | 2006.03.18 |
---|---|
늦눈인지 봄 눈인지.. (0) | 2006.03.13 |
나를 돌아본다는 것, (0) | 2006.03.10 |
이크, 한 시다... (0) | 2006.03.09 |
공짜 공부, (0) | 2006.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