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good/책상앞에서

나른한 일요일 오후

shiwoo jang 2006. 3. 12. 15:10

감기와 배탈이 발목을 잡는 바람에 오전 내내 끙끙거리고 누웠다가

누워있기도 심산한 일요일 오후인지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수선한 집안이 거슬려 팔걷고 앞치마를 찾아 입는다.

난 뭔가를 하려면 반드시 앞치마를 입는다. 유니폼 같기도하고

사전 마음의 준비라고 할까? 앞치마를 입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내 마음가짐은 확 달라진다. 왜냐고? 나도 모를 일인데...

오디오에서 재즈 시디를 꺼내고 분위기 밝은 올드팝 시디를 넣는데

oldies but goodies..라는 앨범인데  앨범 타이틀에 동의하며

청소기 부터 잡는다. 언제부터 인가 난 청소기가 생명체 같다는 생각을 한다

착하고 말 잘듣는, 가자는 데로 가고 닦으라는 데 닦고. 제때 먼지통만 비워주면

일 잘하는 듬직한 친구같은, 산책하듯 걸레로 닦고.

난 청소도 어슬렁 어슬렁하는 모양이다. 설거지를 하다  개수대 거름망을 닦다

윽 지저분하다. 게으름 씨와 가깝게 지낸 티를 낸다.

청소를 끝내고 오디오의 시디도 침묵한다.

시디를 바꾸고 자리에 앉아 내일 수업 자료를 챙긴다.

아이들에게 읽어오라고 한 책을 읽어보며 내일은 무슨 이야기를

왜 해야하는지 오래 고민한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이 싫어

아이들을 많이 가르치지도 않고 어떤 틀이 싫어 어디에 소속된 것도 아닌

탓에 매번 첫수업이자 마지막인 수업 준비를 하면서 늘 고민한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기 보다는 아이들의 생각을 어떻게 읽어주고 들어줄까

어떻게 그 생각을 풀어줄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인데...

아이들의 생각을 잘 읽어주고 스스로 쓰게 하는 것,

아이들 나이에 내려가 잘 놀아주는것, 결국 가장 좋은 배움은 배우는 것이

즐겁다라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인데...

생각과 손이 따로 가는 이 순간,

애꿎은 커피만 축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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