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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여행 5-톱카프에서 찾은 내마음의 보석상자

shiwoo jang 2006. 3. 9. 00:07

  톱카프 궁전으로 들어가는 길은 블루 모스크와  출입구 부터 다릅니다.

 까다롭고 세심한 검색대를  통과해야하고 톱카프 궁전 내부에도 많은 경비원들과 직원들이 상주하며 관광객들을 살핍니다.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굴까? 라고 생각했던 의문은 톱카프 궁전 내부로 들어가서  세번째 문을 지나고 나서  풀렸습니다. 톱카프궁전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라 차분하게 보려면 가급적 오전의 이른 시간에 방문 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광객 발길이 많은 봄이나 여름 같은 성수기에는 인파에 휩쓸려 제대로 살펴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찾은 날은 월요일 이었고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겨울이라 차분하고 느긋하게 살펴 볼 수 있었지요. 시간에 쫓기지만 않았다면 더 여유로울 수도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일정과 시간에 쫓기는 여행이라 더 욕심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단체여행에 비하면 훨씬 자유로운 편이라는 위안을 하면서 늘 한 줌의 아쉬움을 묻어두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톱카프궁전 앞의 기념품점, 한글판 가이드북이 있는

 

 겨울 여행이 심심하고 볼것이 없다고 하지만 겨울여행에 맛을 들이고 겨울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겨울여행을 고집합니다. 비수기여서 오는 여러가지 불이익과 불편함을 감수해야하고 아름답고 화사한 꽃들의 화려한 자태나 풍광을 볼 수 없고  봄꽃처럼 다양하고 화려한 원색의 옷으로 스스로 꽃이 되는 색채의 향연에는 순간에 동참 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리지 않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느린걸음으로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고 그 장소 그 분위기가 가진 소박하고 정직한 색채와 버릴 것 버리고 비울 것 비워진, 원래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탄불의 박물관이나 궁전은 휴관일이 모두 다르지요 아야소피아가 월요일 휴관이라면 톱카프 궁전은 화요일이 휴관일 입니다. 그래서 이스탄불은 놓치지 말고 봐야할 장소를 하루만에 다 볼 수 없답니다. 아마 시간을 두고 차분히 보라는 이야기 일 겁니다. 사실 차분히 돌아본다면 톱카프 궁전을 살펴 보는 것 만으로 하루가 족히 걸릴 것 같았습니다.

 

 톱은 대포라는 뜻과 문을 의미하는 카프가 합쳐져 대포문이라는 뜻으로 톱카프를 대포궁전이라 부릅니다. 이름처럼 톱카프의 성벽은 단단하고 궁전은 잘 무장 되어있었다고 합니다.  메흐메드 2세가 1453년 이스탄불을 점령한 후 이스탄불대학과 슐레이마니에 모스크가 있는 지역에 첫번째 궁전을 세웠으나  규모가 적어 1459년 다시 톱카프 궁전을 짓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후 새로운 궁전인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옮겨 갈때까지 공식 적인 술탄의 집무실과 궁전으로 사용 되었습니다. 현재 톱카프는 왕궁 박물관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두번째 문을 나와서 오른쪽으로, 오른쪽 건물이 도자기관

 

 

 

 톱카프는 4개의 대 궁전과 하렘지역으로 나뉩니다. 첫번째 문인 황제의 문을 지나고 두번째 문인 예절의 문을 지나 오른 쪽으로  걸어가면 궁전의 부엌이 있는데 지금은 도자기 전시관으로 사용 중입니다. 도자기 전시관은 만여 점이 넘는 다양한 중국 자기와 일본자기가 전시되어있고  다른 전시관에서는 왕궁에서 쓰던 은식기와 다양한  장식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세번째 문인 행복의 문을 지나면 궁전 입구에 술탄의 접견실이 있지요. 그 옛날  술탄은 그곳에서 황금과 에메랄드로 만든 옥좌에 앉아 사신을 영접했습니다. 행복의 문 양쪽에 왕실의 행정과 규율을 담당하는 내시들의 숙소가 있고 동쪽에는 왕실의 옷들, 특히 술판의 옷이 전시된 방과 갖가지 보석이 전시 되어 있는 4개의 방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7번째로 큰 86캐럿의 아름다운 물방울 다이아 몬드와 48킬로그림의 순금에 다이아 몬드가 박힌 촛대 2개 바이람 옥좌 와 3개의 에메랄드로 장식된 화려한 단검등 화려한 갖가지 보석들이 서로 다른 빛깔로 영롱한 빛을 뽐내며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제야 그 까다로운 검색대와 삼엄한 경비가 왜? 에서 아,그래서 그랬구나로 바뀌게 됩니다.

 

 

                                                     -도자기 관에 전시된 청화자기

 

  중국에서 특별 주문 제작한 도자기와 은식기 화려한 옷과 장신구를 몸에 지닌 술탄과 술탄의 여인들은 행복했을까요? 술탄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술탄은 형제와 친척들을 실크 끈으로 교살하거나 황금감옥에 가두었다고합니다. 여인들은 술탄의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갖은 술수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번 하렘으로 들어간 그네들은 죽지않고서는 하렘 밖으로 다시 나오질 못했을 것입니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궁전과 보석의 이면에 감추어진 것은 갖은 음모와  눈물과 한숨이 아니었을까요?   그 아름답다는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혹은 슬픈 눈물이거나 한숨의 결정으로 보였습니다. 그네들이 감춰두어야 했던 깊은 슬픔이나 절망 같은 것, 하렘 밖으로 한발자욱도 나가지 못하게 묶었던 족쇄같은 것,  그 순간 화려한 보석은 빛을 잃었고 내겐 유리구슬 보다 못한 조각으로 보였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애초에 보석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라 그다지 보석관에서 오래 머물지도 않았지만요.

 

                                          -왕가에서 사용했던 은식기들

 

 이어지는 다른 방으로 들어서면 술탄들의 초상화와 이슬람의 그림들이 전시 되어 있고  그 옆에는  궁전의 가장 신성한 곳인 성물관이 있습니다. 성물관에는이슬람 창시자인  마호메드의 이와 수염 도장등의 유물과 족적등의 성물이 전시 되어있어 톱카프궁전에서 가장  진지하고 성스러운 장소 로 그곳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경건하고 조심스럽게 보였습니다. 그곳에 상주하는 직원 한 사람이 유리 부스에 앉아 낭낭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기도소리가 성물관을 궁전의 다른 구역과는 다른 격의 신성한 장소로 분리시켜 주었습니다. 

 

 네번째 궁전을 들어서면 바그다드 정자를 포함한 아담한 정자와 별장들이 있습니다. 골든혼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테라스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정자식 발코니가 있습니다. 17세기 술탄 아브라함이 라마단 기간  중에 일몰 후 저녁식사를 했던 장소라고 합니다. 발코니의 끝 방은 어린 왕자들이 할례를 받았던 방으로 화려하고 다양한 문양의 형형색색 타일 장식이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타일 박물관이라고 해도 좋을 다양한 문양의 타일이 벽면에 가득 채워져 있지요. 궁전의 왼쪽 공간은 금남의 지역인 할렘입니다. 16세가 술레이만 대제의 부인이 술탄을 설득하여 세운 곳으로 처음에는 그녀의 시종과 내시들이 살았는데 점차 궁중 여인들의 숙소이면서 왕자들의 학교 술탄들의 개인적인 방,  관리인 내시들의 숙소등이 생겼고  점차 술탄의 어머니 방과 술탄의 방이 생겼지요 16세기에 이르면 궁녀들도 함께 기거를 하게 되면서 400여개의 방으로 그 규모가 커졌습니다.  지금은 할렘의 일부를 개방하여 원하는 관광객들은 따로 표를 끊어 할렘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톱카프 궁전에서 바라본 , 내가 찾은 보석,

 

 

 

  궁전을 돌아 나오면 보스포러스와 마르마라, 골든혼이 한눈에 보이는  테라스가 있습니다. 그곳에서면 아름다운 이스탄불의 바다쪽 경관이 펼쳐집니다. 톱카프는 분명히 아름다운 보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개의 방에 나뉘어 전시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화려한 보석들이 아닌,

테라스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보스포러스가 그것이고 마르마라가 그렇고 골든혼이 그렇습니다. 누구도 가질 수 없고 누구의 것도 되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그리고 변함 없는,

이 보석을 가진 이스탄불 사람들은 가장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아, 이스탄불의 또 하나의 보석

터키사람들이  가진 따뜻한  마음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 마음을 어떻게 아는냐고 하루만 머물러 보면 저절로 알게되는,

어쩐지  탁심으로 향햐는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가볍게 날리는 눈발처럼,

흐린 하늘 사이로 언뜻 비치는 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