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우리 땅 구석구석

터키여행 3- 히포드롬 광장에서 문득,

shiwoo jang 2006. 3. 4. 11:11

 겨울 아침 알싸한 찬기운 도는 히포드롬 광장을  부드러운 햇살이 감싸 주었더라면 덜 쓸쓸했을까요, 날씨는 차고 흐리고 그 어떤 따스한 기운도 없이 광장을 찾은 사람들이 내뿜는 입김들이 잠시 허공을 맴돌다 사라졌을 뿐, 역사란 큰 바다와 같은 흐름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그가 역사서에서 한 휙을  크게 그은 인물이었던, 이름없이 살다간 사람이었던 입김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광할한 우주에서 인간이란 존재를 내려다 본다면 그 흔적이나 볼 수 있을까요?

 

 히포드롬 광장은 비잔틴 시대  경기장이 있었던 곳입니다.  대략 10만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었던 이 경기장은 마차 경기를 비롯한 각종 경기와 황제를 위한 축제를 거행했던 곳으로 비잔틴 시대 시민들의 생활 중심지 였지만 두 차례의 대학살이 있었던 비극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 경기장은 흔적도 없고 고대 이집트왕 투트모스 3세 때 다이렘 바흐리에 세워졌던

오벨리스크를 2000년후인 390년경 테오도시우스 1세가 콘슨탄티노플로 운반해와 스피나에 세운

이집트 오벨리스크와  머리는 사라지고 몸통 만 남은 세 마리의 뱀모양의 뱀기둥, 콘스탄틴 7세에 세운 코로수스 만 남아 남아있습니다.

 

                                             - 히포드롬 광장의 오벨리스크

 

 

 지금은 그 옛날 경기장을 매웠던 시민들의 함성도, 노예 검투사의 생사를 건 혈투도 , 마차경기장의 뜨거운 열기도, 대학살의 현장에서 불태워졌던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없었습니다. 다만 그 현장을 말없이 지켰던 오래된 상징들만 남아 그날의 이야기를 바람의 소리로 들려주었지요.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은 환청을 경험하고 오래도록 이명을 듣는 고통을 감수해야하므로 우리 귀는 들어도 못들은 척 그렇게 흘려보내는 것은 아닐까요? 인체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소리까지만 들을 수 있게 해서 그런 고통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막 같은 것을 가동하는 것은 아닐까요?   어쩐지 바람소리가 스산하게 느껴졌습니다.

 

                                             - 히포드롬 광장의 뱀기둥

 

 

이런 저런 떠도는 생각을들 돌려보내고 마음이 잠시 겉도는 틈에 발걸음은 다시 블루 모스크로

불리는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로 옮겨가는데 어쩐지 제 주위를 느리게 맴도는 큰 개의 눈빛이 처연했습니다 그렇게 연민하며 봐서일까요?  이 광장에서 지키고 싶은 뭔가를 너는 찾은 거니? 그렇게 묻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