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우리 땅 구석구석

터키여행 2. 이스탄불에서 아침을

shiwoo jang 2006. 2. 28. 00:06
 

2. 이스탄불에서 아침을,


이스탄불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저는 터키의 첫 아침을 이스탄불 거리에서 맞았습니다. 제가 묵었던 데데만호텔은 도심에서도 사무실 밀집지역에 있는 호텔이라 하늘이 환해지자 이른 아침 출근길에 오른 직장인이 많았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하얀 드레스셔츠와 차분한 컬러의 타이를 맨 정장차림, 때론 서류가방 하나쯤 어깨에 메거나 옆구리에 끼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이라면 비즈니스맨이겠지요.

 

                                                     -거리에서 시미트를 파는 상인-이스탄불에서


터키인들이 즐겨먹는 빵, 시미트를 파는 아저씨도 손수레를 밀고 나와 목 좋은 길목에 일찍 자리를 잡고 오가는 사람들 후각을 자극하고 발걸음을 멈추고 참깨가 촘촘하게 박힌 시미트를 사들고 맛있게 한입 베어 물고 가는 사람도 보였습니다.

 


                                  -시미트를 굽는 화덕과 빵굽는 아저씨-샤프란 볼루에서


터키는 빵이 맛있는 나라지요. 들은 이야기지만 터키 어디에서나 고른 빵 맛을 자랑한다고 하네요. 이번 여행에서 터키 빵 맛을 알아버렸습니다. 지금도 종류도 다양한 터키빵을 떠올리면 입안에 군침이 가득 고입니다. 시미트는 큰 도너츠 모양으로 생겼고 화덕에서 구워 고소하고 담백한 맛의 빵입니다. 시미트 하나와 아이란 혹은 커피 한잔이면 가벼운 아침식사로 충분할 정도랍니다.


아침 산책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다시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고 바쁜 출근길에 웬 동양여자 하나가 겁도 없이 카메라를 들고 이른 아침에 거리를 돌아다니노라니 이목이 집중될 밖에요. 저 역시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이 부담스러워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호텔 아침 식사는 뷔페였는데 아침 식사라고 하기엔 성찬이었습니다. 갖가지 음식들이 저녁식사라고해도 충분할 정도로 풍성하게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출장 온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찾는 호텔이라 그런지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혼자 먹는 밥 어떠세요? 혼자 밥 드셔보셨어요? 혼자 먹는 밥은 무슨 맛인지도 잘 모르겠고 가끔 밥알이 곤두설 정도로 예민해지기도 하고요. 어쩌면 처량해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혼자 밥 먹을 때가 있지요. 그럴 때면 집에서 혼자 먹는 경우는 좀 나은 경우가 아닐까요? 여행을 하거나 혹은 일이 생겨 집을 떠나 다른 곳에 갈 일이 간혹 있습니다. 그런 경우 대게 서둘러 집을 나서기 때문에 아침을 거를 때가 있지요. 일을 하다  보면 정오를 훌쩍 넘기게 되고 문득 허기를 느껴 시계를 보면 점심때가 지나있고 아침도 걸렀다는 사실을 깨달게 됩니다. 동료가 있거나 동행이 있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 되지만 혼자인 경우 끼니 해결이 쉽지가 않지요. 처음에는 혼자 음식점을 가기가 싫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배고픔을 참거나 우유나 가벼운 마실 것으로 허기만 면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혼자 밥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나름대로 요령이 생겼습니다. 조용한 음식점에 찾아가  창가 쪽에 앉고 음식을 주문하죠. 그리곤 책을 펼칩니다. 음식이 나오면 책에 시선을 두고 먹는 겁니다. 나름대로의 면피라고 할까요? 덜 처량해 보이고 음식을 천천히 먹으면서도 남의 시선을 덜 의식하게 되거든요. 앗, 이야기가 방향을 잘못 잡았습니다.


터키인들은 요구르트를 좋아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먹는 마시는 요구르트가 아닌

직접 발효시키 플레인 요구르트에 꿀을 섞어 먹습니다. 요구르트에 물을 섞어 소금으로 간한 음료가 아이란입니다. 아이란은 터키사람들이 여름에 즐겨 마시는 음료수라고 합니다. 여행지에서 요구르트는 여간 유용한 음식이 아니지요. 왜 그런지는 아시지요?  보통 터키인들의 아침 식탁은 꿀을 곁들인 빵 한조각과 올리브, 신선한 토마토와 오이 그리고 꿀을 섞은 요구르트로 차려진다고 합니다. 아무튼  저는 풍성한 아침 식탁 덕분에 오랜만에 아침을 여왕처럼 차려 먹었습니다.


오늘은 저녁식사 전까지 이스탄불 시내를 둘러보고 저녁 비행기로 디아르바크르로 떠나 예정이라 서둘러 가방을 꾸려 호텔을 빠져나와야했습니다. 여행 기간 내내 같은 호텔에 이틀을 머문 적이 없으므로 매일 아침 체크아웃으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이스탄불 둘러보기는 히포드롬 광장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비행기가 못뜰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불안하게하고 으슬으슬 추운날씨지만 신발끈을 고쳐 매고 슬슬 겨울 히포드롬광장으로 나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