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라는 네덜란드 텔프트태생의 화가를 아세요? 아, 영화 이야기가 더 빠를 수 있겠네요. 아릿다운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떠올리면 빠를까요? 베르메르는 바로 그 그림을 그린 화가랍니다. 한번 보면 쉽게 눈길을 뗄 수 없는 그림이지요. 그 아주 특별하고 매력적인 그림이라 생각합니다.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네덜란드 화가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바로크 미술을 공부하면서지요. 네덜란드의 독특한 정물화, 장르화를 접하면서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언제가 신발끈을 조여매고 배낭을 메고 떠나고 싶은 곳 목록에 추가했지요.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 목록을 길어지는데 여러가지 여건이 발목을 잡고 좀처럼 놓아주질 않네요.
미술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간 잠잠하던 역마끼가 도져서 자꾸 세계지도며 통장 잔고를 확인하게 되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다행히도 곧 몇나라를 가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역마끼를 잘 구슬러 달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갓길로 또 빠져버렸습니다. 베르메르는 참 느리게 작업한 화가라고 해요 지금까지 그의 작품으로 전해져오는 작품의 수가 30여점 뿐이랍니다. 무심히 잊혀졌던 그가 비평가 토레 뷔리거에 의해 재발견되고 많은 연구가들에 의해 연구되었지만 그의 생애는 다른 화가들의 비해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합니다. 1945년 반 메헤렌이 비평가 아브람 브레디우스를 속인 위작 사건은 유명하지요. 그의 작품에는 서명과 날짜 기록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유였을까요?
베르메르의 그림은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그의 그림은 대부분 왼쪽 창에서 부드럽게 비치는 빛, 벽과 그 벽과 수직이 되는 또 다른 벽, 그 벽에 걸린 지도 혹은 그림, 그의 그림은 네덜란드 그림 특유의 도덕적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지만 세련되고 은밀하게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네덜란드 그림 특징인 바니타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와 도덕적 교훈을 부드럽게 그림 속에 빛 속에 묻어두었습니다.
마르셀 프로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라는 소설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라 말했던 시간과 날씨의 풍경화인 '델프트의 풍경'은 베르메르가 고향인 델프트에 바치는 오마쥬라는 표현을 누군가는 했던데요 이 그림은 아름다운 색감과 대비를 확연하게 보여주고 부드럽고 풍부한 빛의 흐름과 함께 간결하고 절제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그 런데 지금까지 본 베르메르의 그림과는 다른 그림이 한 점있습니다. 창도 창에서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도, 그림 속의 그림이나 지도도 없이 한 인물만 클로즈업해서 그린 소녀의 그림입니다. 처음에는 터번을 감은 소녀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이 그림입니다. 소녀의 투명한 눈동자와 벌어진 입술, 그녀의 귀걸이에 반짝이는 빛, 아 그러고 보면 빛이 없는 것이 아니지요? 그녀의 이마에서 눈망울에서 입술 그리고 귀걸이에 이르는 빛이 있었네요. 그리고 그녀의 귀걸이에 비쳐진 창의 격자문양을 보니 그녀가 서 있는 곳은 늘 그렇듯 창가인가 봅니다. 베르메르가 사랑했던 청금석을 갈아 만든 청색 터번도 있습니다.
이 그림이 북구의 모나리자로 불린다고합니다. 그녀의 자태나 미소가 모나리자를 닮은 것은 아니구요. 가만히 들여다 보면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모나리자에서 처럼 그녀는 윤곽선이 없습니다. 인물에 햇살이 녹아서 윤곽선이 사라졌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녀의 코 선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윤곽선이 녹아들어 이 소녀에게 한층 생기를 불어 넣은 것은 아닐까요?
이 그림의 모델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투명한 눈에서 촉촉한 입술에서 무엇을 읽어낼지는 관람자의 시선이 달려 있지 않을까요? 이 소녀에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신비한 매력이 있습니다. 모나리자 앞에서 그녀의 미소를 달리 해석하듯. 이 소녀 앞에서 그녀의 눈빛에서 갈망을 읽던 욕망을 읽던 총명함을 읽던, 그것 또한 당신의 몫,
베르메르의 이 그림을, 베르메르의 숨겨진 생애가 궁금하시다면 이렇게 읽어낸 사람도 있음을 알려드릴게요.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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