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그림이 있는 풍경

효과적인 미술감상을 위한 10가지 조언

shiwoo jang 2005. 10. 6. 00:16

효과적인 미술감상을 위한 10가지 조언



글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1.가능한 한 미술품 앞에 섰을때는 우선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감성적 훈련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보다는 특히 한 작가 유파의 시기별, 경향별 여러작품을 꾸준히 감상해 봄으로써 보다 쉽게 파악해 낼 수 있다.
작가는 때때로 물고기나 나비, 나무, 꽃 등의 사물을 차용해 비유적인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사물 자체의 형상이 문제시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새가 화면 가득히 자유롭게 날고 있는 작품이라면 이는 자유에 대한 갈망, 혹은 자유롭지 못함의 역설적 표현일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미술에서는 때때로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왜곡과 과장도 어떤 의미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서 행해진다.

2.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을 먼저 얻고 그 조형적 질서를 찾는다.

회화의 한 요소인 선은 직선과 곡선, 가는 선과 굵은 선, 날카로운 선과 부드러운 선, 점선 등 매우 다양하다. 작가들은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따라 선을 적절히 선택하여 사용한다. 선의 형태나 색깔, 그리고 화면내의 구성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므로 감상자는 작품 속에서 선이나 색, 면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의미를 읽어내려는 적극적인 감상태도가 중요하다.

3. 수시로 다양한 작품을 많이 감상한다.

많이 보면 볼수록 작품을 보는 안목과 감상력이 생긴다.

4. 고정관념을 버리고 열린 시각으로 작품을 대한다.

그림을 감상할 때 우리는 흔히 그려진 사물이 원래의 사물과 얼마만큼 유사하게 그려졌는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실제 사물과 꼭 같이 그려진 정물은 이미 그 실제가치를 상실한 환영(Illusion)이지만 그 정물은 무엇인가 감성적 의미를 가진다. 즉, 그림의 사물이나 형태는 하나의 상징언어이자 감정적 매체로서 외적인 부호를 발산한다. 작품 속 대상이 단순한 사물이 아닌 시계나 건물, 인물의 표정 등과 함께 한 화면에서 조화되고있다면 그 상징성이 훨씬 강화되고 뚜렷해진다. 기용된 색채나 표현된 기법, 화면의 분위기에서 우리는 작품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색채는 어떤 의미에서는 형체를 앞지르는 강한 상징을 유발한다. 일반적인 예로 흰색은 순결이나 공허함, 연두는 소생이나 꿈, 보라는 권위나 고귀, 신비와 우아, 고독, 갈색은 우아 안정 지성 등을 연상시킨다.
형태와 색채를 통해 유발된 상징은 다시금 그 형태의 배치에 의한 구도와 왜곡, 묘사된 상태, 강조와 생략 등에 의해서 변형되고 색채의 농담, 혼합, 재료나 기법 등에 의해 또 다른 차원의 상징으로 분리된다.

5. 화랑, 미술관을 자주 찾고 나에게 흥미로운 점을 찾아 반복해서 관찰한다

현대 미술은 일상적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작용해 그 감상의 기회를 갖기 어렵다. 모더니즘 미술의 극단성과 난해함 등의 선입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술의 예외주의Art-Exceptionalism라는 학술적 용어도 그 때문에 생겨났는지 모르겠다.
작품이 무엇인지, 무슨 내용인지 처음 몇 번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수 십번, 수 년을 두고 반복해서 작가와 작품의 변화를 관찰하다 보면 자연히 나름대로의 안목을 가지게 된다.

6. 무엇을 닮았는가 하는 구체적 형상적 비교보다는 작품의 상징을 읽어내려 노력한다

그리스어로 '접합한다'는 뜻의 상징(symbol)은 미술 감상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얼마만큼 심오하고 아름다운 차원의 상징을 가능케 할 수 있느냐는 것이 곧 미술과 예술전체의 과제라 할 수 있으며, 이 문제는 현대의 전위미술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요건으로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특히 추상화의 경우는 구체적 형체가 없기 때문에 무엇과 닮았다, 닮지 않았다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화면의 색채, 선, 면, 터치로부터 다른 차원의 관념적 상상이 유발될 수 있어야 한다. 그 유발된 상상의 깊이와 내용이 곧 미술품의 내용과 직결되며 감상자는 그 모든 것을 보다 가깝게 접근하도록 관조적 태도로 작품을 읽고 느끼도록 노력해야한다.
관조적 상태란 일체의 현상적 인식을 지워버린 상태이므로 철저히 작품 속에 빠져들면서 잠재의식 속에 내장되어 있는 자신의 기억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작품이 내보내는 상징체을 연상해 보는 것이다. 직접 사과나 꽃같은 물질 자체가 화랑에 등장할 수도 있고, 완전 누드로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는 전위적 행위가 연출되기도 하며, TV나 오디오를 통한 메시지의 전달을 시도하는 등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선입견 없는 열린 시각으로 작가가 전달하려는 상징세계로 빠져들어 보는 것이다.

7.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사전이해가 필요하다.

어느 작가든 그 작가를 형성하는 삶과 예술의 배경이 있기 때문에 화집, 카탈로그, 잡지, 서적 등 관련정보를 참조하는게 좋다. 이중섭의 은박지 그림이 그려지기까지 당시 6.25피난 시절 작가가 처한 궁핍한 생활이 그 배경이 되었고, 피카소의 독특한 해부방식이 탄생하기까지 그의 아프리카 흑인 조각에 대한 관심과 또 이에서 활용의 힌트를 얻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시에 관한 정보는 신문, TV, 잡지 등을 통해 얻을 수도 있고 전시장에서 직접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비교적 중요한 전시회의 경우는 인터넷이나 미술전문지, 등 각종 매체들에서 자주 다루어지므로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원하는 전시회 자료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또한 요즘은 미술관련 교양 서적이나 미술관 박물관이 운영하는 교양강좌도 많이 있어 자신의 문화적 소양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행사에 대한 참여의 폭을 넓혀갈 수 있다.

8. 미술의 전반적 영역에 대한 기초지식은 미술품 이해의 바탕이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판화 작품을 접했을 때, 판화에는 어떤 기법이 있고 에디션(Edition) 번호란 무엇이며, 각 판화작품들이 어떤 기법으로 제작되었는지를 모르고서는 아무리 훌륭한 판화를 소장해도 그 의미가 감소된다.

일반적인 인쇄 매체와 어떻게 다른지, 그 특수성과 차별성이 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화에서도 크게 보이는 기름이나 주요 도구, 조각에서 브론즈가 왜 여러 작품의 복제가 가능한 지 등의 이유를 모르고서는 그 분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며, 좋은 작품을 소장할 수 도 없다.

9.미술을 예외적 영역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아침에 빗는 머리부터 문방구나 일상용품의 선택까지 미적 감각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없다. 우리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이 미적 감각과 관계가 깊으며 현재도 계속 사회 곳곳에서는 미술과 일상생활이 어떻게 접목되어야 하는가가 연구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건축이나 패션에서는 미적 요소가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써 작용한다. 다시 생각해보면 미술이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고 또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본질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실제 미술사에서 미술과 생활의 접목의 예로 1919년 독일의 그로피우스가 바이마르에 창립한 바우하우스(Bauhaus)를 들 수 있다. 바우하우스는 당시 생활과 떨어져 갔던 독자적 예술의 형태를 건축과 공예, 공업기술 등에 접목시키고자 세워진 예술학교로 독일 정부가 주최하는 관념적으로 빠져만 가는 살롱전 스타일을 부정하였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건축 과학 등의 발달로 인해 미술이 스스로 고도의 난해성을 전개하는 이상으로 각종 순수미술분야와 시각공업 제품디자인 등이 우리 일상생활에 가깝게 접근해오고 있는 것이다.

10. 어느 정도 객관적인 태도로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미술감상의 가장 이상적인 자세는 주관과 객관이 잘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감상자의 주관적 시각은 생활습관, 지식의 정도, 민족성, 기후, 자연조건 등에 의해서 많이 좌우되므로 미술문화의 관람자로서의 어느 정도 객관적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서양사람들의 눈에 비친 서예는 서체의 아름다움은 느끼겠지만 문자나 그 뜻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