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아버지는 이발사였고, 어머니는 재봉사이자 미용사였다- 안현미

shiwoo jang 2020. 3. 24. 12:24

아버지는 이발사였고, 어머니는 재봉사

이자 미용사였다

 

                                                 안현미

 

 

삐아졸라를 들으며 웹사이트에서 점쳐준 나의 전생을 패

러디한다

 

과거의 당신은 아마도 남자였으며/ 현재의 당신은 불행

히도 여자이며/ 인간의 모습으로 당신이 태어난 곳과 시기

는 현재의 보르네오 섬이고 / 여자의 모습으로 당신이 태어

난 곳과 시기는 강원도 태백이고 / 대략 1350년 정도입니다

/ 대략 1972년 여름 일입니다 / 당신의 직업은 혹은 주로 했

던 것은 랍비, 성직자, 전도사입니다 / 당신의 직업 혹으 주로

하던 짓은 비정규직, 계약직, 사간제입니다

 

(어쩌자는 것인가)

 

삐아졸라의 아버지는 이발사였고, 어머니는 재봉사이자

미용사였다고 한다

내 아버지는 광부였고, 어머니는 장성 제1광업소 급식사

이자 세탁부였다

 

(몰라 얼음 죽을 때까지 얼음)

 

강 옆에서 물이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삐아졸라를 들으며 나는 내가 다 지나가기를 기다릴 뿐

 

*김도연의 산문집 눈이야기에서

 

 

-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안현미, 창비 


나는 내가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는데, 그때가 언제일까

나는 언제까지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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