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광기어린 바람이 미안했던지
오늘 날씨는 화창 화사 청명....
햇살이 너무 좋아 그냥 창작실에만 머물기엔 햇살이 너무 아까워 몸을 뒤틀고 있을 때
광주에서 온 동화작가 s샘이 드라이버 가자며 운전 기사를 자처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네명을 작가가 길을 나섰습니다.
안내를 자처한 s샘은 기사일 뿐 아니라 훌륭한 봄나들이 가이드여서
지역 이야기, 나무이야기. 꽃이야기 등 풍성한 이야기 가득한
제대로 봄 나들이였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선배 시인이 있어 많이 걷지는 못하고
가벼운 산책 정도로 둘러보기로 해서
풍암정과 무등산 원효사를 둘러 보았습니다.
풍암정으로 가는 길도 사람들로 한갖졌습니다.
초입에 저수지가 있었는데 몇 사람이 보트를 타고 있었습니다.
공무수행 중이었을까요?
아직 초록과 연두가 오르지 못한 나무들은 그대로,
이제 막 여린 잎을 내놓은 나무들은 그대로
저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어 눈이 즐거웠습니다.
물가의 나무들은 느낌이 또 달라요.
뭔가 물기어린 사연이 있을 것 같고요...
길을 따라느긋하게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갑자가 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보아하니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아이 같았는데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혼자 잘 놀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리가 다가가자 안내자가 된 듯
앞서 길을 안내하더니 어느 지점에선가 대숲 사이로 사라졌습니다.
이곳이 풍암정 입니다.
좀 숨어 있는 느낌이 들어서 바깥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데
가까이 가면 저렇게 멋진 정자와 풍경이 드러납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있을 것만 있는
말그대로 정자인 모습입니다.
멋진 나무 몇그루, 잘 생긴 바위,
군더더기 없는 정자 하나,
어쩌면 이리도 멋드러진 곳일까요?
저는 저런 마루만 보면 누워보고 싶어집니다.
마루의 나무 질감, 바람의 흐름, 누워서 보는 풍광...
이런 것이 궁금해지거든요.
누워서 보니 많은 현판이 걸려있습니다.
그 옛날 글 좀 쓴다는 시인묵객들이
도도한 흥취를 이기지 못해 일필휘지로 갈겨 썼을 것 같은,
그러나 무슨 말인지는 모를 ,
그림으로만 봐도 멋진 글들입니다
정자 뒤쪽에 누가 쌓아 둔 건지 잘 쌓아올린 기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또한 예술이네요. 사방연속무늬 같은, 추상화 같은...
바위가 정말 멋지지요?
나무와 한몸처럼 잘 어울립니다.
바위에 앉은 이끼는 또 어떻구요...
막눈으로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바위입니다.
풍암정은 저 소나무 한 그루가 다 했다 싶었습니다.
정말 멋지게 잘 자란 소나무였습니다.
풍암정에 앉아 저 소나무만 봐도
한나절은 너끈히가겠다 싶었습니다.
가끔 혼자 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풍암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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