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달력의 거리- 손미

shiwoo jang 2020. 3. 17. 11:34

달력의 거리

 

                                 손미

    

 

달력 위를 걷고 있었네 늘 그랬듯이

이제, 저 귀퉁이를 돌면 검은 바위 검은 바위 뒤 나무

의자

그것은 사방무늬를 그리는 아가씨의 것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곧 쏟아질 것 같은 목을 달고

 

잘못 타서, 고향에 가다가, 몸을 잘못 타서

검은 빨간 무늬 위를 걷고 있다네

 

짐승 같은 귀퉁이를 돌면 또 다른 귀퉁이, 돌면 또 다른

귀퉁이

 

이제 나는 쫓는 길이지 쫓기는 길인지 잊었다네 아가

씨여

 

매일 형상이 바뀌는 무늬를 사냥하면

우리는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그러다 돌아보면 이곳은

언젠가 건넜던 네모 같지 않은가


                          -양파 공동체, 민음사



짐승 같은 귀퉁이를 돌면 또 다른 귀퉁이 , 돌면 또 다른 귀퉁이.... 살아간다는 건 살아내는 건

이런 귀퉁이를 지나는 일이 아닐까, 어려운 이 시절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부질없는

희망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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