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의 거리
손미
달력 위를 걷고 있었네 늘 그랬듯이
이제, 저 귀퉁이를 돌면 검은 바위 검은 바위 뒤 나무
의자
그것은 사방무늬를 그리는 아가씨의 것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곧 쏟아질 것 같은 목을 달고
잘못 타서, 고향에 가다가, 몸을 잘못 타서
검은 빨간 무늬 위를 걷고 있다네
짐승 같은 귀퉁이를 돌면 또 다른 귀퉁이, 돌면 또 다른
귀퉁이
이제 나는 쫓는 길이지 쫓기는 길인지 잊었다네 아가
씨여
매일 형상이 바뀌는 무늬를 사냥하면
우리는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그러다 돌아보면 이곳은
언젠가 건넜던 네모 같지 않은가
-양파 공동체, 민음사
짐승 같은 귀퉁이를 돌면 또 다른 귀퉁이 , 돌면 또 다른 귀퉁이.... 살아간다는 건 살아내는 건
이런 귀퉁이를 지나는 일이 아닐까, 어려운 이 시절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부질없는
희망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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