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photo/창작실 일기

담양산책일기- 미암종가와 저수지

shiwoo jang 2020. 3. 8. 21:06

일요일입니다.

나라 안팎이 코로나 19로  몸살을 치루는 중이라

담양  청청한 마을에 깃들어 사는 일이 죄스럽기까지해서

되도록 외출도 자제하고 있지만 일요일이니까....

그리고 필요한 생필품도 있고해서 창평으로 나가야해서요

가는 길에 미암박물관 들렀다 가자는 한 작가의 의견도 있고해서요..

운전대를 잡고 길을 나섰습니다.



미암 종가 앞에 차를 주차하고 보니 작은 연못이 있습니다.

연못에는 작은 건물이 있어 용도가 궁금했는데... 서고라고 하는군요.

서고 뒷쪽에 동백나무가 동백꽃을 뚝뚝 흘리며 서러워하고 있었네요.



그윽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질여서 향기를 따라 가보니...

미암종가 뜰 안에 피어있던 매화꽃이 만개했습니다.

향기가 어쩌면 그리도 은은한지요...

그런데 매화향이 맞겠지요?



그곳에는 동백이며 산수유도 활짝 피어있었으니까요.

미암 사당옆에 핀 동백입니다.

돌담과 어우러져 흥취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홍매도 활짝 피었습니다.

이곳은 제대로 봄인 것 같습니다.



매화가 이렇게 흐드러지게 핀 것을

생눈으로 보는 것도 오랜만이라

오랜만에 설레었다니까요..



미암종가댁에서 바라본 미암박물관이며 부속 건물들입니다.

이 마을은 아늑하고 따스해서 정이 가는 마을이었습니다.


미암 종가입니다.

정갈하게 잘 정돈된 종가의 전경입니다. 본채 옆 건물이 미암 사당입니다.

사당에 드물게 백학도, 등용도, 봉황도가 그려져 있어 문화재로 지정이 되었답니다.



의자에 얌전히 자리 잡은 명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종가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지요?



절 보자마자 종가에는 시집가지마라!고 하셨던

미암종가의 16대 종부이신( 정확하게 들은 건지는 자신이 없지만...) 노혜남 종부님 입니다.

올해 90세이신데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곧은 자세로 앉아

옛이야기를 들려주셔서 한동안 귀 기울였습니다.

톰 모노카타리 라는 이야기책을 큰 독아리 뒤에 숨어서 읽다가 밥먹을 때 툭 튀어나와

엄마를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코로나 19 만 아니면 더 가까이 다가가 말동무하며 놀다 왔을텐데요...

이 험한 시절이 안타까웠습니다.



미암종택 왼쪽에 있는 연계정이라는 정자입니다.

정자에 앉아 느긋하니 풍경을 보는 일도 한나절 소일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연계정에 앉아 보는 풍경입니다.

연못도 눈에 들어오고요

소슬하니 바람도 햇살도 좋았습니다.


연게정 뒷쪽에는 대나무도 있어

바람 부는 날엔 대나무의 노래도 들을 수 있습니다.



미암종택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저수지가 있습니다.

벤치가 하나 있을 뿐이지만

그저 멍하니 앉아만 있어도 몇 시간 그냥 흘려버릴 것 같습니다.



저수지 뚝에 핀 진달래빛 꽃인데 이름을 모르겠네요...

별꽃과 같이 무리지어 피어있었는데요..



어디선가 날아온 오리 일가족이 저수지를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줄지어 건너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습니다.



벤치에 앉아 한동안 멍 때리고 있다가

그림자 놀이도 하고

셋이서 잘 머물다 흔적도 없이 돌아왔습니다.

꽃들이 지천으로 피는 어느 날 한 번 더 찾아 오자고 우리끼리 약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