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이문재- 소금 창고

shiwoo jang 2011. 6. 23. 13:58

 

소금 창고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 떼를 세어 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 처음에  그냥  시 참 좋구나 하고 읽어 넘겼다가

   어느 날엔가 다시 읽어을 때 확 하고 와 감기는 시가 있다

   나에겐 이 시도 그랬다.

   석모도 허물어져가는 소금 창고의 풍경이

   그 풍경을 보는 나의 풍경이 꼭 이랬다.

   나의 은사님인 이 분이 나는 참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그리곤 다짐한다. 부끄럽지말자고...

   그런데 나는 너무 멀었다. 그래서 자꾸만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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