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사이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楕)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폭포에 관한 시 가운데 가장 절창이 아닐까 싶다
곧는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없이,
규정할 수 업는 물결이...
김수영은 샤우팅 창법의 대가 가 아닌가 싶다.
그의 시는 메탈의 거침없이 내지르는 소리와 닮아있다.
그의 시가 후련한 까닭이 거기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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