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이홍섭
나 후회하며 당신을 떠나네
후회도 사랑의 일부
후회도 사랑의 만장 같은 것
지친 배였다고 생각해주시게
불빛을 잘못 보고
낯선 항구에 들어선 배였다고 생각해주시게
이제 떠나면
다시는 후회가 없을 터
등 뒤에서, 등 앞으로
당신의 불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눈먼 바다로 나아갈 터
후회도 사랑의 일부
후회도 사랑의 만장 같은 것이라
나 후회하며
어둠 속으로 나아가네
- 이홍섭시인의 시집 터미널에 수록된 시입니다.
이 시는 사람을 먹먹하게 합니다. 사랑의 끝자락에서
어쩔 수 없이 그 사랑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심정이 그대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눈먼 바다를 건너갈 수 있게하는 그 사랑의 힘,
그런 사랑이라면 후회도 기꺼이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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