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사진관이 있는 동네

극단 노뜰의 2010년 보이체크

shiwoo jang 2010. 10. 14. 23:54

 노뜰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도 극단 노뜰을 통해 만났던 게오르그 뷔히너의 보이체크를

올해 다시 만났습니다. 물론 작년과는 좀 달라진 모습이었지요.

가을 밤에는 어떤 공연이라도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만

 노뜰의 연극은 늘 가슴 을설레이게 합니다.

원주에서 노뜰이 있는 후용리로  달리는 길은  어떤 공연일까하는 기대감으로  두근거리기까지하지요.

이미 본 연극이지만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마치 같은 곡을 다른 연주자의 연주로 들을 때와 같은 느낌이겠지요.

그 연주자가 실력이 출중하고 믿음이 가는 연주자라면 그 기대는 남다르겠지요.

노뜰이라는 이름만으로 충분히 설레는데는 다 그만한 까닭이 있겠지요?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극단 노뜰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조금 싸늘한  공기탓에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차가 있고 테이블과 음악과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 카페가 맞지요. 노뜰카페...

 

 그곳에서 참 반가운 얼굴을 만났습니다.

보이체크에서 고수장역을 맞은 일본배우 오쿠보 노리야키를 응원하기 위해

오사카에서 달려온 미키상!

작년 공연에서 만나서 인사하고 짧은 영어로 몇마디 나누다

좋아져버린 일본 배우 미키상을 일년만에 다시 마나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반가운 마음이 마음을 얼마나 환하게 밝히던지요...

 

그간 노뜰에서 공연했던 프로그램들이 한쪽 벽면에 가득합니다.

마란츠 스피커와 턴테이블...그리고 LP판....

노뜰에 오면 아날로그적 삶을 체득하게 됩니다.

공연 시간이 다가와 공연장으로 타박타박 걸어들어 갈 때까지...

반가운 인사와 따뜻한 마음들이 이어졌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의 무대입니다.

공연중엔 플래쉬를 터트릴 수 없고...카메라를 쓸 수 없으므로

공연 모습은 사진으로 담을 수 없어서 늘 아쉽지요..

 

늘 그렇듯 공연이 끝난 뒤의 무대의 정적이....

천정에 매달리 반짝이 등이 있어 조금은 덜 허전한 듯...

그 동안 몸짓 언어의 비중이 높았던 노뜰의 연극이

조금씩 음성언어의 비중이 조금씩 높아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이체크라는 젊은 군인이 사랑하는 여인 마리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기층민으로서의 삶은 그리 녹녹하지 않고 팍팍하기만합니다.

대위의 이발사로, 의사의 임상실험환자로 나서고...그로인해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는 보이체크,

고수장의 유혹에 넘어가 사랑에 빠진 마리, 그로 인한 갈등으로 보이체크는 마리를 살해하고

자살합니다.

노뜰은 노뜰만의 색채로 무대를 채웁니다.  암전과 몸짓언어, 담배, 의자....

그리고 노뜰의 음악... 독특한 음악과 조명이 노뜰의 무대가  열리는 신호탄 역할을 합니다.

독특하다는 것 참 좋은 말이지요.

자신만이 가지는 색채가 있다는 거니까요.

노뜰은 분명한 색깔을 가진 극단입니다.

몸짓언어와 음악, 외국어로 언어의 한계를 가뿐히 뛰어 넘어 보입니다.

 

 

노뜰만의 뒷풀이 파티입니다.

공연이 끝나면 연출가와 배우, 관객이 어우러져 벌이는 즐거운 뒤풀이자리...

혹자는 이 뒷풀이 자리가 좋아 노뜰의 공연을 놓치지 않는다고해요...

이지연배우와 오쿠보상 연출이자 극단 대표인 원영오 선생의 표정이 환합니다.

배우들의 한 컷입니다. 보이체크 역의 윤상돈, 마리역의 이진숙, 악사여인역의 엄주영 ,대위역의 한규남 배유의 모습입니다.

배우들의 표정에서 혼신을 다한 뒤의 개운함 같은 것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두 주연 배우가 포즈를 취해주었습니다. 찰칵!

오늘 , 14일 공연을 보고 돌아와 바로 글을 글적여 올리는 것은,

가급적 많은 분들이 노뜰의 좋은 공연을 놓치지말고,

이 가을 에 어울리는 연극 한편을 만나고....

그 연극이 주는 사색을 즐겨보시라는 의도입니다.

극단 노뜰의 보이체크 공연은 오는 주말인 16일까지

문막읍 후용리에 있는 후용예술센터에서 공연됩니다.

시골폐교가 주는 독특하고 정감있는 분위기의 공연장에서 극단 노뜰의 공연을 꼭 찾아보시고

돌아오는 길 동행인 된 지인들과 속깊은 대화를 나눠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요? 저도 동행이 되어준 벗과 돌아오는 차 안에서

속닥속닥 이야기나누면서 왔습니다... 뭔가 참 충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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