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길에서 만난 사람들

고진하 시인을 만나다

shiwoo jang 2010. 4. 25. 20:18

 고진하 시인을 만났습니다.

한번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구요?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고진하 시인을 잠시 소개할까요?

고진하 시인을 검색해보시면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강원 영월에서 태어나 감리교신학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였고, 1987년 《세계의 문학》에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프란체스코의 새들』, 『얼음수도원』, 『수탉』 등이 있으며 『나무신부님과 누에성자』, 『목사 고진하의 몸 이야기』, 『아주 특별한 1분』,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등 다수의 산문집이 있다. 김달진문학상과 강원작가상을 수상하였고, 현재는 이화여대, 감신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살림교회를 섬기고 있다."

라는 ....지극히 객관적인 소개이지요?

이 분이 원주에 산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더군요.

오다가다 한번 쯤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데 말이지요...

사실 원주에는 꼭꼭 숨어사는 작가들이 제법 있지요.

혹시 길을 가다가 만날 수도 있을테니까요

 오늘은 제가 여러분들을 고진하 선생님 댁으로 안내하려고해요.

궁금한 것도 대신 물어봐 드려고요^^

고진하시인은 시인이면서 사목을 하고 있는 목사랍니다.

시인과 목사 좀  어색한 조합이지요?  목사님이 쓰는 시는 좀 그렇지 않을까?

만나면 하나님 안에서의 .... 이런 이야기만 듣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신다면.

염려 푹 놓으셔도 될거에요.

 먼저 시 한편 소개할까요?

 

홀로 산길을 오르다 보니

가파른 목조계단 위에

호랑나비 날개 한 짝 떨어져 있다

나도 羽化登仙의

가벼움을 꿈꾸는 생인지라

연민이 일어 가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개미 한 마리 어디서 나타나

뻘뻘 기어오더니

호랑나비 날개를 턱, 입에 문다

그리고 나서

제 몸의 몇 배나 되는

호랑나비 날개를 번쩍 쳐드는데

어쭈,

날개는 근사한 돛이다

(암, 날개는 돛이고 말고!)

바람 한 점 없는데/바람을 받는 돛배처럼

기우뚱

기우뚱대며

산길을 가볍게 떠가고 있었다.

개미를 태운 호랑나비돛배는!

                                                                  ― <호랑나비돛배> 전문


 

시도 종교를 크게 못벗어 날 것 같다는 선입견은 버리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진하시인은 매우 폭넓은 종교관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종교에 관한한 누구보다 열린 종교관을 가진 분이라... 스님 친구도 있고 스님들과도 사이좋게 잘 지내는 걸 보면 아시려나요>

먼저 말했듯이 고진하 시인은 원주에서 삽니다. 행구동에서 살다가 얼마전에 대안리로 거쳐를 옮겼지요.

 

지은지 60년이 지난 한옥으로 옮긴지 한달이 되어갈 겁니다.

고진하시인 댁의 대문입니다.

용호라는 글자를 쓴 종이가 크게 붙어 있더군요.

대문을 열때 나는 삐걱 소리가 그렇게 정겨울수가 없었습니아.

이리오너라의 기척이 아닌

어서오시라고 대문이 반겨주는 것 같았습니다.

헛기침 한번 하고 들어가야할 듯 한 대문이지요?

 

이사 와서 여기 저기 집을 돌보는 중이였어요.

어젠 생전 처음 시멘트를 발랐다고 자랑을....

이사를 오면서 처음으로 집과 교감을 느꼈다고 말하더군요.

한옥의 좋은 점을 연신 자랑했습니다.

그래서 부러웠지요.

 

사람을 무척 좋아하고 잘 따르는 강아지 삽살개 입니다.

이름이 복돌이라고...아주 친밀한 이름이지요.

참 착하게 생겼지요?  아직은 아기랍니다.

 

 

거실이라고 할 공간입니다

나무 십자가 보이지요? 

아무렇게나 마구 자른 나뭇가지 같은데요...

나무십자가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평범한 나무가지  둘을 교차시킨...

소박하지만 남다른 정신 같은 것이 읽히는

평범하지 않은 십자가 였습니다 

한옥과 잘어울리는 사람은 사실...고진하시인의  부인이었습니다.

천연염색으로 불들인 커튼, 집안 곳곳을 예쁘게 꾸며준 꽃수를 놓은 광목천

삼베조각보...

 

예사로운 솜씨가 아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더구나 어디서 배운 것도 아니라는데...

한옥에 어울리게 집안을 꾸미고 일궈해는  이분 없이

집이 이처럼 멋지게 되었을까 싶었어요.

집안팎이 정리가 되는 대로 공방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전에 요가교사를 하신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그 부분을 질문했더니 국제요가강사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다고

요즘은 요가 가르치는 일은 좀 쉬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두 자제분 이야기도 들었지요.

미술 조소를 전공하고 인도 유학을 다녀와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작품활동을 하는 따님,

일본 유학 중인 아드님 이야기...

부모는 여기 자식이야기를 할 때 가장 환해지나봅니다.

 

 오디즙을 대접 받고  마시면서 보니

차분하고 정갈한 살림살이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주방공간의 살림살이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고진하 시인을 만나러 갔는데

그 부인 되시는 분에게 더 반해버리고 왔습니다.

 

 한옥으로 거처를 옮기도 더 많은 일을 하고

글도 더 잘 쓰진다는 고진하 시인,

요즘 매일 한편씩 시를 쓴다고 하니

아마 곧 잘 숙성된 좋은 작품집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은 대학강의와 서울과 지방으로 다니면서 인문학강좌를 하고

소일 삼아 집안 가꾸기를  하면서

글쓰는  단순하고 일상을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곧 공적인 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월 부터 원주시립도서관에서 시와 문학강좌를 할 것 같다고 했으니까요.

문학에 관심있고 시창작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라면

도서관으로 문의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옥으로 옮기고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  고진하 시인,

집을 매만지고 집과 교감하듯

시와도 그렇게 열애하겠지요.

곧 좋은 지면으로 만나게될 그의 시집을 기다리며

그의 시 한편을 덧붙며 맺는다.

 


  들을 귀 나름이겠지만

  산호수나무 꼭대기에서 우짖는 저 쬐그만 새
  시발시발시발……
  누굴 욕하는 것 같다.

  짝짓기 철이라 저리 운다는데
  짝 찾는 소리치곤 참 고약타.

  이젠 욕계(欲界)를 떠난 이모부한테
  평생 욕바가지로 살던
  풍물시장 약초장수 이모 생각도 나지만

  저 맑은 욕 먹지 않고
  어찌 세상이 맑아지며
  만물의 귀가 파릇파릇해지겠는가.

  귀 있는 자는 들으라
  시발시발시발……

  저 욕 한 사발 꿀꺽 삼키고 오늘 아침은
  밥 안 먹어도 배부르느니.

                                         -새한테 욕먹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