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길에서 만난 사람들

작가와의 대화 시인 공광규와 함께

shiwoo jang 2010. 3. 29. 02:05

 

 

지난 3월 27일 토요일 늦은 5시, 박경리 문학공원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이 작가와의 대화는 원주시가 후원하고 시동인 시치미 주관으로 열린 행사였습니다. 초대 작가는

소주병으로 잘알려진 공광규 시인이었습니다.

 

                                                                                        - 작가를 기다리는 앉은뱅이 책상

 

 

시치미는  봄, 가을 일년에 딱 두번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갖습니다. 시와 문학 그리고 때때로

삶에 대한 이야기, 작가가 느끼는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하지요.

박경리문학공원 2층 문인 사랑방은 많은 인원이 모이기엔 장소가 많이 협소하지요.

그래서 아주 적은 인원들만 함께해야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점이 또한 장점이 되곤하지요.

평소에 좋아하는 작가, 만나보고 싶은 작가를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있지요. 앉은뱅이 책상앞에 서

조금은 불편하지만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작가의 이야기가 바로 나에게만 하는 이야기로 착각할 수도 있고

 작가의 미묘한 표정 변 까지도 살필 수 있어 많은 인원이 함께하는 자리와는 또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답니다

 

                                                                                    - 박경리 문학공원의  공원지기 고창영 소장의 인사

 

 

공광규시인은 이슬람 여성 시인인 히사 하릴의 시가 실린 신문 기사로 이야기를 열었습니다.

시는 사람을 행복하게도 하지만 불편하게 만든다는 이야기와 함께,

 

파트와의 눈에서 악을 보았네

허용된 것들이 금기로 비틀어지는 때에

진실의 얼굴에서 베일이 벗겨질 때마다

숨었던 모습을 드러내는 괴물

.....(중략)

증오에 찬 목소리와 야만의 분노와 맹목에

쌓인 채

밸트로 조여맨 예복으로 죽음을 입고 있네

 

일부 극단주의와 자살폭탄테러자들에 대한 비판을 담은 시로 아랍전통시경연대회에서

결선ㅇ 오른 이 시를 인용하면서  시는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라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 차분하게  이슬람 시인의 시를 소개하는 공광규시인

 

 

열두 편의 시와 일곱 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공광규시인은 자신의 시창작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시를 처음 쓰려는 초심자 뿐 아니라 오래 시를 써온 시인들에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시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 또한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시를 정의 하기 어려운 것은 시를 쓰는 특별한 방법이 없어서이기 때문이지요.

 

 

                                                                     -진지하게 강연을 듣고 있는 청중들

 

 

공광규시인에  창작법에  따르면  그는 시쓰기의 시작을 먼저 경험을 옮기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꾸며내고  또 시는 솔직하게 써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를 잘 쓰려면 고전과 선배 시인에게 배워야한다고,

그래서 앞선 시인의 시와 책을 많이 읽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와 현실의 문제를 건드려야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는 시를 읽은 독자가 이해하도록 써야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공광규 시인은 이 일곱 가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신의 시와 함께 시작법을

찬찬히 이야기 했습니다.

시를 쓰려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그저 시를 감상하는 것으로도 만족하는 독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울러 요즘 시의 문제점까지 조근조근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덕분해 난해한  시에 헷갈려 하는 독자들의 궁금증도 조금은 해소가 되었을 것 같았습니다.

 

                                                                                             - 한 청중이 낭독하는 시에 귀 기울이는 청중들

 

 

공광규 시인은  꼼꼼하게 준비한 자료를 사전에 보내와  청중들이 나눠 읽을 수 있게 했고,

그 자료 속의 시들을 청중들에게 낭독하게 하여

청중들이 참여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청중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느리게 또박또박 읽으세요...

공광규 시인이 시 읽기를 부탁할때마다 한 말입니다.

우린 무엇이든 급한 부분이 많아서

시를 읽을 때도 속도가 빨라지곤 하지요...

 

공광규 시인의 대표작 소주병을  한번 낭독해보시겠어요?

천천히 또박또박 말이지요.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계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 공광규, 소주병 전문

 

                                                                                                    -함께 강연을 들었던 청중들과 찰칵!

 

 

그 동안 함께 했던  여러 번의 작가와의 대화 시간들 중에서

 그 어느때 보다 청중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한시간 사십 분 정도의 강의와 질믜 응답시간이 끝나고 함께 한  청중들과 기념 활영을 하는 것으로

작가와의 대화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시를 좋아하는 원주 시민들과 우연히 박경리 문학공원으로 여행왔다가 함께한 여대생 두사람,

늦게 급한 발걸음으로 함께한 사람들.... 모두  진지하게 강연에 몰두한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돌아가는 발걸음에 뭔가 진한 감동 같은 것이 묻어나서

평소엔 참 쓸쓸해 보이는 사람의 뒷모습이 그리 쓸쓸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봄, 여름  두 계절을 열심히 살다가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 쯤,

다시 찾아올 어떤 작가를 기다려 보는  일도 설레는 일이겠지요.

                                                         10월의 어느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