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길에서 만난 사람들

바람 할머니, 산골에서 유럽으로 날다의 저자 한규우를 만난 날

shiwoo jang 2010. 6. 11. 20:30

바람할머니 , 산골에서 유럽으로 날다의 바람할머니를 만난 날, 날다라는 말에 꽃힌 나는  바람이 되어 떠나고 싶었다.

 

 

 

 

한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카피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 말이 마음에 들었던 나는  누군가 나이 이야기를 하면서  기죽이면  그 카피를 들먹이곤했다.

오늘 한 사람을 만났다. 이분을 만 나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 카피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한규우, 발음하기도 힘이 들고  그 연배에 흔치 않은 이름을 가진  분 ,

그 분이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책을 냈다.

'바람할머니 산골에서 유럽으로  날다 '라는 제목의 산문집이다.

바람할머니!

뭔가 발랄상큼한 바람이 불어와 책 제목만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배부른산 아래 양지마을에서 나서 6.25를 겪은 세대,

서른 일곱에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서도

너끈히 일흔을 넘게 산 이 분의 이력이 고스란히 담긴 詩, 산문집이다.

평소에 발랄하고 톡톡 튀는 말솜씨로  여러 사람들을 매료시킨 그의 어법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그의 책을 단숨에 읽었다.

그의 책에서는

횡성 산수골에서 남편과 표고버섯 농장을 경영하는  그의 살아온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지구촌을 떠도는 이야기들이

사진과 더불어 재미있게 툭툭  터진다.

 

 

 

 

 나이를 가늠하긴 힘든  그의 이야기에는 진솔함이 묻어난다.

책읽기의 환지통을 앓으면서 인내하고 살아온 그가

살아오면서 가장 기뻤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방안 가득 책장을 들인 일이라고 했다.

남편의 책과 자신의 책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창고의 박스에

담겨 뒹구는 것이 마음이 아팠으나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참으로 우연히 책장 이야기를 꺼내자 곧바로 책장을 짜서

70평생의 소원을 이뤄준 남편의 이야기를 하면서

참 감사하다고 했다. 책을 내면서도

사진자료며 몇몇 이야기 꼭지를 제공한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며 수줍어했다.

책을 내준 아들과 두 차례 교정을 꼼꼼하게 봐 준 딸,

그리고 도서목록을 작성해서 보내주면 책을 사서 보내 주는 아들이 있어

참 행복하다는 그가 참 부러웠다.

 

  

 

 

긴 세월 울 어머니 세대의 어머니들처럼 인내만 하면서 살아온 그가

펼쳐놓은 이야기판에 덤벙 뛰어들어 읽으면서

울 어머니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면 어떨까?

책의 곳곳에서 묻어나는 감성을 어떻게 감추고 살았을까 싶다.

감사할 사람도 많고  감사할 일도 많다는 그는 미소가 참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현장감이 살아있다.

그것은 그의 어법에 기인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의 어법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바람 할머니, 산골에서 유럽으로 날다'

를 읽다보면  내 나이가 참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에게 참 좋은 롤 모델이 생긴 것 같다.

우리 바람 할머니를 따라 길을 나서보자.

혹 그대에게도 뭔가 새로운 바람이 한줄기 불어 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