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딸기- 김혜순

shiwoo jang 2010. 4. 3. 03:17

딸기

 

                김혜순

 

 

 

                  접시에 붉은 혀들이 가득 담겨 왔다

               찬송 부르는 성가대원 입속의 혀처럼 가늘게 떨고 있었다

               네 혀가 내 혀 위에 얹혀졌다

               두 개의 혀에서 소름이 오스스 돋았다

               세상의 온갖 맛을 음미하다 이제 돌아와 우리는 좁쌀 같은 돌기들을 다소곳이 맞대었다

               너는 입속에 혀만 있고 이빨이 없는 사람 같았다

               몸 저린 뿌리가 내장 사이로 번개처럼 뻗어내리고, 전기처럼 차디찬 시냇물이 머릿결을 타고 흘  러내렸다

               깨물면 붉은 물이 돋을까 봐, 나는 얼굴이 한정없이 게워낸 붉은 것들을 가만히 물고만 있었다

               눈 맞은 나뭇가지처럼 포근한 네 개의 팔이 얽히고, 접시 가득 이 키스를 거두어들였다!

               그 작은 돌기들이 모두 네 씨앗들이었다는 말은 내가 네 혀를 다 짓이긴 후에야 들었다

 
 

-딸기와 입속의 혀, 어쩜 그렇게 닮았다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을까?

 이 시 참 감각적이다.

훔치고 싶을 만큼,

난 언제쯤 접시에  붉은 혀들을 가득 담을 수 있을 만큼의

감각을, 상상력을 가질 수 있을까?

멀어도 너무 멀었다.

돌기 , 좁쌀, 소름 , 혀...

닮은 듯 닮지않은 것들이 자아내는 이미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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