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는 환한 고동 외에는
박형준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 들려줄 게 없는
봄 저녁
나는 바람 냄새 나는 커리칼
거리를 질주하는 짐승
짐승 속에 살아있는 영혼
그늘 속에서 피우는
회양목의 작은 노란 꽃망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꺼풀에 올려논 지구가 물방울 속에서
내 발밑으로 꺼져 가는데
하루만 지나도 눈물 냄새는 얼마나 지독한지
우리는 무사했고 꿈속에서도 무사한 거리
질주하는
내 발밑으로 초록의 은밀한 추억들이
자꾸 꺼져가는데
탁탁 튕기고 받아내는 리듬이 살아있어
저절로 노래가 되는 시,
눈꺼풀에 올려논 지구가 물방울 속에서...
초록의 은밀한 추억이 꺼져가는데도
무사히 살아있음은 어쩔거나...
박형준 시인의 시가 점점 맛있어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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