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쓸쓸해서 머나먼- 최승자 시집

shiwoo jang 2010. 2. 27. 22:02

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일찌기 나는

이 시대의 사랑을의 시인 최승자가 11년이란 긴 세월을 건너와 한편의 시집을

세상에 던졌다.

몇번 마구 골라서 옮기자면

 

쓸쓸해서 머나먼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박상이 살던 세계

먼 데 갔다 이리 오는 세계

짬이 나면 다시 가보는 세계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노자가 살았고

장자가 살았고 예수가 살았고

오늘도 비 내리고 눈 내리고

먼 세계 이 세계

 

9저기 기독교가 지나가고

불교가 지나가고

도가가 지나간다)

 

쓸쓸해서 머나먼 이야기 올시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잠들었네

 

그리하여 우리들은 잠들었네

너는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잠

나는 흩어지는 연기의 잠

 

한 세기가 끝날무렵에도

너는 코스모스의 잠

나는 연기의 잠

 

그동안에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뭐라뭐라 하는

 

그러나 우리 두사람에겐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잠과

흩어지는 연기의 잠 뿐이었네

 

 

내 시는 지금 이사 가고 있는 중

 

내 시는 지금 이사 가고 있는 중이다

오랫동안 내 시 밭은 황폐했었다

너무 짙은 어둠, 너무 굳어버린 어둠

이젠 좀 느리고 하늘거리는

포오란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

그러나 이사 갈 집이

어떤 집일런지 나도 잘 모른다

너무 시장 거리도 아니고

너무 산기슭도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예는, 다른, 다른, 다, 다른,

꽃밭이 아닌 어떤 풀밭으로

이사 가고 싶다

 

 

한 아이가

 

한 아이가 뛰어간다

 

하늘은 늘 회색이었다

 

건성건성 누군가

바다를 건너고 있다

 

한 세기가 무심코 웃고 있었다

 

 

시와 무관하게 살아왔던 80년대의 나는 그녀를 몰랐다.

뒤늦게 시인 최승자를 알고 난 뒤 나는 내가 살리에르가 될 것 같아 두려웠다.

지금도 

 훔치고 싶은  그녀, 최승자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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