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일찌기 나는
이 시대의 사랑을의 시인 최승자가 11년이란 긴 세월을 건너와 한편의 시집을
세상에 던졌다.
몇번 마구 골라서 옮기자면
쓸쓸해서 머나먼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박상이 살던 세계
먼 데 갔다 이리 오는 세계
짬이 나면 다시 가보는 세계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노자가 살았고
장자가 살았고 예수가 살았고
오늘도 비 내리고 눈 내리고
먼 세계 이 세계
9저기 기독교가 지나가고
불교가 지나가고
도가가 지나간다)
쓸쓸해서 머나먼 이야기 올시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잠들었네
그리하여 우리들은 잠들었네
너는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잠
나는 흩어지는 연기의 잠
한 세기가 끝날무렵에도
너는 코스모스의 잠
나는 연기의 잠
그동안에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뭐라뭐라 하는
그러나 우리 두사람에겐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잠과
흩어지는 연기의 잠 뿐이었네
내 시는 지금 이사 가고 있는 중
내 시는 지금 이사 가고 있는 중이다
오랫동안 내 시 밭은 황폐했었다
너무 짙은 어둠, 너무 굳어버린 어둠
이젠 좀 느리고 하늘거리는
포오란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
그러나 이사 갈 집이
어떤 집일런지 나도 잘 모른다
너무 시장 거리도 아니고
너무 산기슭도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예는, 다른, 다른, 다, 다른,
꽃밭이 아닌 어떤 풀밭으로
이사 가고 싶다
한 아이가
한 아이가 뛰어간다
하늘은 늘 회색이었다
건성건성 누군가
바다를 건너고 있다
한 세기가 무심코 웃고 있었다
시와 무관하게 살아왔던 80년대의 나는 그녀를 몰랐다.
뒤늦게 시인 최승자를 알고 난 뒤 나는 내가 살리에르가 될 것 같아 두려웠다.
지금도
훔치고 싶은 그녀, 최승자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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