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길에서 만난 사람들

박형준 시인과 함께한 작가와의 대화

shiwoo jang 2009. 5. 8. 11:29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유난히도 문화행사가 많았던 지난 토요일인 27일 박경리문학공원( 토지문학공원)에서는

시동인 시치미가 주관하고  박경리문학공원이 후원한 작가와의 대담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토지문학관에서도 이성부 시인의 문학강연이 있었고

한지문화제와 복지기관들의 축제인 복지대회도 치악예술관과 따뚜 공연장에서 있었지요.

갈 곳도 볼거리도 많아 고민하게 되는 날이었지요.

문화예술 행사들은 유난히 9월과 10월에 많이 몰려있습니다.

그래서 관객들을 행복한 고민에 휩싸이게도 하지요.

그러나 주최측에서는 사색이 되곤하지요. 초대시인에게 부끄러울 만큼 듣는 사람이 적다면 어쩌지?

사람들이 찾아주질 않으면 어쩌지?

그런 고민들을 하게 되지요.

그러나 그 고민은 기우였음을 곧 알게되었습니다.

작가와의 만남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 둘 모여들어  나중에는 준비한 좌석이 다 찼고

뒤에 온 몇몇 사람들은 뒤쪽에서 비좁게 앉아 시인의 말을 들어야 했으니까요.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날 작가와의 대담에서 만난 작가는 기억과 상징 사이에서 찾은 이미지를 시로 쓴다는 평을 받는 

박형준 시인이었습니다.

박형준 시인은 전북 정읍출생으로 인천에서 성장하고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명지대 문예창작과에서

박사과정을 거쳐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구의 힘'이라는 시로 당선 되어 등단을 한 시인으로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 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있다', '춤'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저녁의 무늬'와 '아름다움에 허기지다 '가 있습니다

박형준 시인으 참 잔잔한 음성으로 시에 대한 이야기 시에 대한 성찰 기억과 근원에 대힌 이야기 풀어 놓았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박형준 시인은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인 보들레르의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특이하게도 보들레르의 미술비평에 대한 이야기로 말머리를 열었습니다.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통해서 보들레르는 자신과의 동질성을 받았다는 이야기, 에드가 알렌포우와 들라크루아가

보들레르의 등대역활을 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박형준 시인은 자신의 등단작인 가구의 힘을 쓰게 된 계기와 시를 쓸 수 밖에 없었던 유년시절의 이야기,

저녁 어스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 들을 들려주면서 시를 좋아하고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와 닿으면서 시를 쓰는 자세나 시를 대하는 태도를 성찰하게 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박경리문학공원 사랑방을 찾은 사람들은 진지하게  잔잔한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면서 박형준 시인의 강연을

경청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 진지해지고 더 빠져들게하는 강의였습니다.

시인의 기억에 인정적 이미지로 남아있는 친구의 죽음을 형상화한 시인 싸리꽃을 낭독하기도 했지요.

 

싸리꽃을 주고 싶어

향기가 진해서

내 죽고 나면

너 발자국 밑을 쫓아 다니면서라도

주고 싶어

 

수리조합 독방의 풀이 유난히 푸르다

사람들이 오누이를 에워싸고 있고

무릎을 끓고 고개를 숙인 소녀의 모습이

수리조합 물살에 떠 있는 저녁 빝에 떠내려간다

물에서 건져낸 오빠의 얼굴이

물풀 들어서, 소녀는 얼굴이 발그레하다

동그랗게 에워싸고 있던 사람들과

입맞춤과

지는 해와

물풀 들어서

 

수리조합 둑방

방아깨비 발에 하늘이 들려 올라간다

태풍 지나간 후에 더 진해진

싸리꽃 냄새

 

                            - 싸리꽃  전문, 박형준

 

 박형준 시인은 이 시가  아직 완성 된 것은 아니라고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미지를 온전하게

그려내지는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시인에게는 오래도록 풀지 못한 숙제 같은 것이 겠지요.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녁 어스름을 좋아하는 시인, 상상력과 이미지와 기억 속에서 시를 쓰는 시인,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의 말이 시가 되고 어머니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그대로  시가 되는

어질고 순한 시인이었습니다  박형준 시인은,

나직한 목소리로 한 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지만 아무도 시간을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청중들은 그의 이야기에 빠져 어스름의 시간을 지나 어둠의 시간이 온지도 몰랐습니다.

청중의 질문에도 진지하게 답하고 시인의 시집과 책을 가지고 온 독자들에게도

마음으로 우러나는 서명을 참 겸손하게도 해주었습니다.

늘 시로 만나던 시인, 책으로 만나던 시인을 만난 그의 진면목을 확인한 독자들은

그의 시를 찾아 읽으며  그의 글을 읽으며 새롭게 기억 속에 들어온 그를  떠올리지 않을까요?

그 기억 속에 시인의 모습은 그날 어스름의 시간에서 어둠의 시간 까지 함께했던

어질고 나직한 시인의  모습과 음성이겠지요.

강연을 마치고 저마다 생각에 잠긴 채 총총히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어깨 위에

달빛이 가만히  사람들의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내년 봄과 가을에 다시 서늘한 감성과  뜨거운 이성을 깨워줄 작가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저역시 어둠이 내려앉은 박경리문학공원을 돌아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