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김영산- 붙치지 못한 편지

shiwoo jang 2009. 6. 27. 22:40

부치지 못한 편지

 

                                          김영산

아직도, 옛 바윗돌 찬비 맞으며 산제에 놓여 있었다. 암매

장 시절이었다, 우리의 연애는 참으로 짧았고 이제 비린내 훅

풍기는 살내음 잦아들었지만 아픈 다리 끌어 벼랑까지 가지

않아도 늘 벼랑임을 알게 되었다. 당신을 울리지 못한 메아

리가 내 골짜기에도 울리다 지치지만

 

귀산(歸山) , 귀산(歸山),  다시 귀산(歸山), 산그늘 녹지 않은

잔설처럼 아무도 모르는 산중에 묻힌 것이 무슨 일인지 모

르겠다.  결국 물로 돌아가겠지만 어둔 기억 씻기엔 모자라

아직 지울 수 없는 눈빛이, 몇 번을 육탈이 되고서도 저리 얼

어붙어 있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부치지 못한 편지들이 있을까

떠난 이를 부르는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

그 서늘한 슬픔을 저리저리하게 읊조린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란,

얼마나 오랫동안 아파야

얼마나 견뎌야 엹어질까,

이루지 못한 꿈이라고 해도 다를 것은 없다.

앗,

이 시를 읇조리다

 희미한 상처를 쑤시고 말았다

그래서 좀 아.프.다.

시는 말걸기이고 질문하기 이지만

 때때로

시는 아픈 마음을 토닥토닥 달래줘야한다.

아픈 시람이 시인이든 독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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