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하지- 박현수

shiwoo jang 2009. 11. 2. 11:23

하지

            박현수

 

해가 가장 길게 혀를 빼어

지상을 오래 핥는 날

상처에 닿을 때마다 붉어지는 혓바늘

하염없이 핥아주는  것밖에

해줄 것이 없는

늙은 암캐의 혓바닥처럼

서러운 온기에

온 머리가 젖어 꿈이 맑아진 풀잎들

치유는 핥을 수 있는

따스한 거리에 있어

핥을 수 없는 곳마다 덧나는 상처들

혓바닥이 지는 곳마다

매미가 자라고

사슴의 뿔이 떨어진다

사람의 눈동자가

지상에서

가장 먼 곳에 올라 맑게 씻기는 날

 

 

-아, 그랬구나 혀를 길게 내밀어

상처를 닦아주느라 그랬구나 그래서 길었구나.

여름의 초입 하지에 나는 무얼했을까?

어떤 상처를 꿰매고 있었을까?

내것 혹은 나 아닌 다른이의 것이었을까?

시인의 눈이 따스하고 맑아 부럽다.

나도 그런 눈으로 세상을 두리번거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