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누에- 송재학

shiwoo jang 2007. 11. 27. 09:29

누에

 

                 송재학

 

 

아마 내 전생은 축생이었으리 누군가 내 감정을 건드린다면

하루아침에 나는 누에로 되돌아가버릴지 모른다

출퇴근길에 만나는 강변의 야산이 친애하는 벌레처럼 다가오곤 했다

그러고 보니 잠들면 나는 늘상 몸을 뒤척이며 어디론가 가고있었다

게다가 고기를 멀리하고 나무 그늘의 통통한 물살에 온몸을 자주 맡겼다

잎맥을 거슬러가는 애벌레의 날숨에도 내 생로병사가 느껴진다

실크로드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도 수상하다 아니다

고백하자 5령이라는 잠을 자고 나면

누에는 이승과 저승의 해안을 가볍게 날아드는 나비

더 고백하자 그 나비의 날개라를 반투명이 내 후생임을

 

 

 

 

가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혹은 후생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곤하는데 내 습성이 동물과 식물 중 무엇과 비슷한가를 고민하곤하는데

식물성의 부드럽고 느리고 낮은 사유를 좋아하면서도

나의 성품은 고양이와 닮은 구석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고양이의 습성이란 혼자 있길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안기기 보다는

독립적인 생활을 좋아해서 누군가 건드리면 앙칼지게 달겨드는 구석이 있다.

장 그리니에의 섬에서는  고양이 물루를  통해 그런 고양이의 습성을 잘 묘사했었다.

나 고양이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저 순하고 낮고 느리고 그래서 반투명의 여린 나비의 날개가

부러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연하고 순한 저 심상이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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