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위의 흰 눈
유흥준
간 밤에
마당에 내놓은 의자 위에 흰 눈이 소복이 내렸다
가정 멀고 먼 우주에서 내려와 피곤한 눈 같았다, 쉬었
다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지친 눈 같았다
창문에 매달려 한나절,
성에 지우고 나는 의자 위에 흰 눈이 쉬었다 가는 것 바
라보았다
아직도 더 가야할 곳이 있다고, 아직도 더 가야한다고
햇살이 퍼지자
멀고 먼곳에서 흰 눈이 의자 위에 잠시 앉았다 쉬어
가는 것
붙잡을 수 없었다
멀고먼 우주에서 온 귀한 그러나 무척 지친 손님,
잠시 머물렀다 서둘러 가는 여행자,
이 시인이 본 눈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의자 위의 눈을 보면서,
그는 눈을 본 것이 아니었군요.
그의 눈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아니 그의 심성일까요?
이 시인은 모든 사물을 보는 눈길이 따스합니다.
무생물에게 까지 시인은 도닥여주고 기다려 줄 줄 아는
그의 느린 시선이 부럽기만 합니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은 시이긴 하지만 마음을 붙잡아 매는 바람에
옮겨 적어봅니다.
가장 멀고 먼 우주에서 온 손님도 다 떠난 지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