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누累- 이병률

shiwoo jang 2007. 2. 5. 23:05

누累

 

                               이병률

 

 

늦은 밤 쓰레기를 뒤지던 사람과 마주친 적 있다

그의 손은 비닐을 뒤적이다 멈추었지만

그의 몸 뒤편에 밝은 불빛이 비쳐들었으므로

아뿔사 그의 허기에 들킨 건 나였다

살기가 그의 눈을 빛나게 했는지 모르겠으나

환희 웃으며 들킨 건 나라고 뒷걸음질쳤다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쳤을때도 그랬다

늦은 밤 빨랫감을 털고 있는 내 방 창문을 지나

막다른 골목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숫그림자는

구두 굽에 잔뜩 실은 욕정을 들키자

번뜩이는 눈으로 달겨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럴 땐 눈이 눈에게 말을 걸면 안되는 심사인데도

자꾸 아는 척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처럼

내 눈은 오래도록 그 눈들을 따라가고 있다

또 한 번 세상에 신세를 지고야 말았다 싶게

깊은 밤 쓰레기 자루를 뒤지던 눈과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친 적이 있다

 

   - 그의 시를 읽으면 허기가 진다.  어디든 뒤적거려 채우고 싶어진다.

무심한 듯 세상을 보는 눈이 따스한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너를 만나고 나를 만난다. 그의 시는 자박자박  걸어나와  가슴을 문지른다.

갑자기 주위를 돌아보고 싶고 그래서 착한 눈과 마주치고 싶어진다.

그 역시 오규원의 제자다.

첫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 ' 못지않게

두번째 시집 '바람의 사생활'에서도 마음에 불을 켜는 시를 만날 수 있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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