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累
이병률
늦은 밤 쓰레기를 뒤지던 사람과 마주친 적 있다
그의 손은 비닐을 뒤적이다 멈추었지만
그의 몸 뒤편에 밝은 불빛이 비쳐들었으므로
아뿔사 그의 허기에 들킨 건 나였다
살기가 그의 눈을 빛나게 했는지 모르겠으나
환희 웃으며 들킨 건 나라고 뒷걸음질쳤다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쳤을때도 그랬다
늦은 밤 빨랫감을 털고 있는 내 방 창문을 지나
막다른 골목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숫그림자는
구두 굽에 잔뜩 실은 욕정을 들키자
번뜩이는 눈으로 달겨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럴 땐 눈이 눈에게 말을 걸면 안되는 심사인데도
자꾸 아는 척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처럼
내 눈은 오래도록 그 눈들을 따라가고 있다
또 한 번 세상에 신세를 지고야 말았다 싶게
깊은 밤 쓰레기 자루를 뒤지던 눈과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친 적이 있다
- 그의 시를 읽으면 허기가 진다. 어디든 뒤적거려 채우고 싶어진다.
무심한 듯 세상을 보는 눈이 따스한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너를 만나고 나를 만난다. 그의 시는 자박자박 걸어나와 가슴을 문지른다.
갑자기 주위를 돌아보고 싶고 그래서 착한 눈과 마주치고 싶어진다.
그 역시 오규원의 제자다.
첫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 ' 못지않게
두번째 시집 '바람의 사생활'에서도 마음에 불을 켜는 시를 만날 수 있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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