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쓸 스냅 사진이 필요하다고 해서 들추어 본 사진들 틈에서 찾아낸
사진, 한달 내내 여행길에 올랐던 적이 있었다. 이곳은 북 아프리카의 모로코
핫산 6세 모스크 앞으로 추정된다.
조금 넓은 세상을 보여주겠다고 올랐던 여행길,
모로코에서 스페인 포르투칼을 비행기로 배로 버스로 다녔고
다녀와서 다시 터키 여행길에 올랐다.
그 여행길에서 사춘기의 한가운데 있었던 이 녀석은 여행 내내
무슨 불만이 그리 많았는지 툴툴거렸고 매사를 시니컬하게 보고 말했다.
다녀와서는 시차 적응이 안되서 일주일 정도를 낮과 밤을 뒤집어 사느라
한밤중에 집안을 휘젓고 다니기도 했다.
다녀와서도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라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했지만 물어 볼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사춘기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진 못했지만
그래도 저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는지 그때보다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가끔 밥상에 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여행길에서 겪었던 일이 툭 튀어 나온다.
그때 본 것, 느낀 것, 먹어 본 음식이며 잠자리, 사람들 이야기까지....
그 추억들은 우리 밥상에서 우리가 일용할 양식이 된다.
여행길에서의 경험은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흘러야 내 안에서 익어가던 것들이 툭 튀어 나와야 나의 일부가 된 것이된다
이 녀석이 그러하듯, 내가 그러하듯..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많은 사람들은 통한다. 비록 드러나게 표나지는 않을지라도
문득 튀어나오는 이야기에 아, 그랬지...라고 맞장구 쳐 줄 수 있으니까...
중학교 2학년,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이 녀석에게
엄마와 함께한 좋은 사람들과의 동행했던 그 기억들이 문득 문득 떠올라
녀석의 입가에 웃음으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때 함께 했던, 녀석에서 좋은 모델이 되어 주었고 멘토를 자처했던 멋진 어른들을
떠올리며 녀석이 어른이 된 어느 날 멋진 어른이 되어 멘토를 자처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이 녀석이 멋진 어른으로 자라길 바란다.
어느 자리에서나 함께한 사람들을 진정에서 우러나는 친절을 베풀고
배려할 줄 아는 친절한 남자가 되길 바란다.
나는 이 녀석이 그럴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역시 그런 베품을 받았고 그 베품이 주는 따스함을 느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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